‘KS 마크’ 붙은 사람 역시 잘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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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학벌(學閥)’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와 ‘출신 학교에 따라 이뤄지는 파벌’이 그것이다. 가짜 학력이 판치는 것은 학벌을 통한 신분 상승의 효과 때문이다.

좋은 학벌은 과연 출세의 보증수표인가? 우리 사회 지도층의 학벌은 어떨까? 이코노미스트가 조인스(www.joins.com) 인물정보DB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CEO, 경제관료, 국회의원. 모두 766명의 학력을 조사했다. 남성CEO는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사 중 시가총액 기준 200대 기업 CEO, 여성CEO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들과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원 중에서 100명을 샘플링했다. 경제관료는 경제부처 국장급 이상 177명, 국회의원은 299명 전원을 분석했다. 서울대 출신이 30.5% 차지 분석 결과 대졸 이상 학력자가 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은 766명 가운데 31명에 그쳤다. 4%의 미미한 수치다. 특히 200명 남자CEO 중 고졸은 단 1명, 경제관료는 177명 중 7명에 불과했다. 출신 대학은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서울대는 부동의 1위,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은 정·재계에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서울대 출신은 전체 766명 가운데 30.5%를 차지했다. 연세대가 8.2%, 고려대가 7.7%로 뒤를 이었다. 재계보다 정계에 서울대 출신이 더 많았다. 남성CEO 출신 대학은 서울대 31.5%, 연세대 15.5%, 고려대 13.0% 순. 서울대 출신이 연·고대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 국회의원은 서울대 41.2%, 고려대 10.8%, 연세대 8.3%로 서울대 출신이 연·고대보다 4~5배가량 많다. 반면 여성CEO의 출신 대학은 딴판이다. 여성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이화여대. 100명 가운데 37%가 이대를 나왔다. 이는 남성CEO의 서울대 출신 비율을 웃도는 수치다. 이대에 이어 숙명여대 13.5%, 성신여대 2.7%, 서울여대 2.7%로 집계됐다. 여성CEO의 출신 대학 중 서울대는 1.4%로 낮은 편이었다.

정·재계 ‘경기고’ 출신 압도적 SKY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출신의 비율은 뚝 떨어진다. 남성CEO 출신 대학은 한양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5.5%, 5.0%로 뒤를 이었다. 이 외 경희대와 부산대가 각각 3.5%, 중앙대 3.0%, 한국외대 2.5%를 기록했다. 국회의원은 성균관대 5.4%, 이화여대가 4.0%로 SKY 뒤를 이었다. 한양대 출신은 1.1%로 남성CEO와 대조적이었다. 공대가 강한 한양대의 특성과 관계가 있을 듯싶다. 이 밖에 경희대 2.9%, 건국대와 한국외대 2.2%, 육군사관학교, 부산대와 영남대가 각각 1.8%를 차지했다. 경제관료의 경우 성균관대가 6.5%, 경북대 4.2%, 부산대 3.0% 순으로 집계됐다. CEO나 국회의원에 비해 경북대, 부산대 등 지방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행정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학벌의 후광이 필요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한양대·단국대 2.4%, 전남대·영남대·한국방송통신대학 1.8%로 각각 집계됐다. 출신 고등학교도 출세와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고교 평준화 이전 세대의 경우 학벌이 매우 중요하고, 지방의 경우 여전히 ‘지연’ 네트워크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지연은 ‘살고 있는 지역을 근거로 하는 연고(緣故)관계’다. 주로 출신지역 고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정·관·재계 인사 766명의 출신고교는 어디일까.

분야를 막론하고 경기고등학교 출신이 가장 많았다. 남성CEO 15.0%, 국회의원 7.4%, 경제관료 13.6%가 경기고를 졸업했다. 이 외 경복고, 서울고, 경북고, 광주제일고 등이 높은 순위를 보였다. 남성CEO의 경우 경복고와 서울고 출신은 각각 5.5%, 5.0%였다. 경남고와 용산고가 4.5%, 경북고와 부산고가 3.5%, 진주고와 대구상고가 2.5%였다. 서울을 제외하면 TK·PK가 강세임을 알 수 있다. 여성CEO는 특정 고등학교 출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경기여고가 5.0%, 이화여대부속고등학교 4.0%, 숙명여고와 덕성여고 출신이 각각 3.0%를 차지했다. 해외 유학과 출신고교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유학파 남성CEO들은 경기고(55%), 경복고(46%), 서울고(75%) 출신에 집중돼 있다. 고학력 현상은 재계보다 관계가 더 일반적이다. 경제부처 국장 이상 관료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25%에 달했다. 석사 학위 소지자는 66%. 석·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도 명문대에 편중돼 있다. 석사 학위의 34.7%, 박사 학위의 8.9%를 서울대에서 받았다. 석사 학위는 서울대에서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외 미국 미시간대 5.1%, 연세대 3.4%, 고려대·국방대학원·미국 위스콘신대 등이 각각 2.5%를 차지했다. 박사 학위는 미국 하와이대가 13.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8.9%였다. 이 밖에 미국 조지아대·고려대가 6.7%, 한양대·동아대·영국 옥스퍼드대와 리버풀대·미국 워싱턴대 등이 각각 2.2%를 차지했다. 국회의원은 박사 학위 소지자가 26%, 석사 학위 소지자가 54%에 달한다. 서울대(19.0%), 고려대(7.4%), 연세대(6.7%) 순으로 SKY에서 석사 학위를 많이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은 서울대(7.7%)가 1위였다. 이어서 한양대 5.1%, 미국 하와이대와 고려대가 각각 3.8%였다. 이 밖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UCLA, 미국 하버드대가 각각 2.6%를 기록했다. 박사학위 국회의원은 26%

재계는 정계보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적은 편이다. 남성CEO 200명 중 석사 학위는 174명(87%), 박사 학위는 38명(19%)이 가지고 있었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은 모두 서울대가 가장 많았다(석사 17.2%, 박사 15.8%). 이어서 고려대 8.0%, 경희대·연세대 5.7% 순으로 많았다. 박사 학위는 한양대와 미국 매사추세츠대, 미국 컬럼비아대가 각각 10.5%를 차지했다. 이 외 연세대, 미국 일리노이대, 미국 미시간대 등이 5.3%로 집계됐다. 여성CEO는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졸도 6%나 됐다. 이는 남성CEO의 12배에 달한다. 석사 학위 소지자는 32%, 박사 학위는 7%로 각각 나타났다. 석사 학위는 이화여대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 석사 학위 소지자 32명 가운데 18.8%가 이화여대에서, 고려대(12.5%), 연세대(6.3%)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전남대와 서울대, 일본 와세다대가 각각 3.1%를 차지했다. 와세다대를 제외하고 석사 학위를 대부분 국내 대학에서 받은 점은 남성CEO와 대조된다. 박사 학위는 전체 여성CEO 100명 중 7%만이 소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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