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53년 봄 休戰직전 서울-美장교가 공중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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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전쟁 휴전 직전인 1953년 이른봄에 촬영된 서울 중심부의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나가이(永井)기미(65)란 재미(在美)일본여인이 공개한 이들 사진은 한국전쟁때 美해군장교로 참전,군사정전위 속기주임으로 일하기도 했던 조지 풀러( 작고)씨가 53년봄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상공을 선회하며 공중촬영한 것이다.1917년생인 풀러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美해군 하사관으로참전을 자원,50년 한국에 와 전쟁이 계속되던 3년여동안 전국을 누비며 이곳 산하와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사진속에 담았다.20년전 고향인 루이지애나州에서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풀러씨는 한국전쟁기의 모습을 담은 귀중한 사진 5백37장을 남겼다. 영원히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5백37장의 사진이 공개된 데는 애틋하고도 극적인 사 연이 있었다.
풀러씨가 한국전쟁 참전당시 찍은 사진들을 51년에 일본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일본여인 나가이 기미씨에게 모두 주었고 최근 그것들을 기미여사가 일본 사진작가인 야마모토(山本皓一)씨에게 제공,공개되기에 이른 것이다.전 후 美점령군장교클럽에서 일하기도 했던 기미여사는 51년 풀러씨와 처음 만나 사랑을 속삭였으며 풀러씨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편지와 사진을 교환하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기미여사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데 풀러씨가 세상을 떠날때까지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비련을 삭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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