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가진 부자 꿈꾸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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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4면

몇 년 전 “부자 되세요~”를 외치는 TV광고가 부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재테크는 이제 30대 이상 직장인이나 퇴직자들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20대도 종종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부자 학습’ 열기도 뜨겁다. 서울여대는 2004년 ‘부자학 개론’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온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20대! 부자 만들기’ 운영자 김국현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에는 ‘20대! 부자 만들기’라는 클럽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회원이 11만 명이나 된다. 이 클럽의 운영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국현(29)씨.

김씨가 클럽을 만든 것은 2004년 3월 군복무 중일 때였다. 제대 몇 달을 남긴 김씨는 ‘30세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평소 머릿속에 항상 담아두었던 ‘부자’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클럽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클럽 이름을 짓는 데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20대에 떼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부자 되기’가 아니라 ‘부자 만들기’로 이름을 지었죠.” 김씨가 ‘만들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20대부터 부자가 되기 위한 열정과 마인드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전문 컨설턴트도 아니고 막대한 부를 쌓은 사람도 아닌데 김씨가 만든 클럽이 20대 네티즌들에게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기존의 재테크 관련 서적이나 클럽들 대부분은 30대 이상 개인 사업가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종자돈을 가지고 큰돈을 버는 기술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한 기초 단계로 자기계발이나 구체적 노력을 강조한다. 경제 마인드가 부족한 20대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클럽에 가입하면 재테크 용어 등을 설명하는 ‘초보 부자 배움터’,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나 노하우를 나누는 ‘부자마인드 배우기’, 재테크 경험을 공유하는 ‘성공/실패 스토리’ 등의 게시판을 접할 수 있다. 증권ㆍ펀드ㆍ부동산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게시판도 별도로 있다.

회원들은 스터디 모임이나 재테크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큰 행사는 연 1~2회 여는 저명인사 초청강연이다.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성공한 사업가, 억대 펀드매니저 등이 초청된 강연에는 매번 200~300명의 회원이 모인다.

김씨는 2005년 20대에 부자가 된 13명의 성공비결을 들려주는 『20대 부자 만들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상품이 아닌 즐거움을 팔아라’(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승부를 걸어라’(난타 송승환 대표),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라’(고시3관왕 고승덕 변호사),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헤어디자이너 박 준 사장)… 등의 이야기가 테마별로 흥미롭게 녹아 있다. 그는 “13인의 성공담을 통해 어떻게 돈을 모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하느냐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20대에 부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김씨가 꼽는 것은 다섯 가지다. ①목표를 분명히 정하라 ②개인 브랜드를 만들라 ③소비에 익숙한 20대가 되지 말자 ④인생의 기준을 높여라 ⑤장기적인 안목을 길러라.

‘부자’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스타가 된 그는 부자일까? 그는 “아니다”고 답했다. 미혼인 김씨는 1000만원으로 세 군데 주식에 분산투자하고 매달 50만원씩 펀드에 적립하는 것이 재테크의 전부다. 초기 주식투자금 1000만원 가운데 반은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나머지 반은 대학 시절 과외를 하며 저축한 돈으로 충당했다. 그의 투자 철칙은 1000만원의 투자금을 유지하는 것. 수익이 발생하면 다른 곳에 투자한다. 김씨는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를 배우기 위해 투자한다”고 말한다. 실물경제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소득이라는 설명이다.

뜻밖에도 그는 수백억원을 가진 재산가를 꿈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화 심리학’의 권위자로 강연과 저술을 통해 개인의 변화와 조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족적을 남긴 앤서니 라빈스 같은 카운슬러가 되는 것이 김씨의 희망이다. 그는 “남들보다 일찍 그리고 체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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