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레드카드 줘 봐” 수원시청 5명 ‘줄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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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원시청 선수들이 김성호 주심(右)의 페널티킥 선언에 반발, 무더기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거친 항의로 수원시청은 5명의 선수가 퇴장당했고, 울산 미포조선의 몰수 승리가 선언됐다. [울산=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의 2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N-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선수들의 무더기 퇴장과 몰수게임으로 얼룩졌다.

 2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N-리그 울산 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챔피언전 1차전. 전반 34분 1-0으로 앞서던 수원시청 이준영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 들던 미포조선 김영후에게 백태클을 걸었다. 김성호(37) 주심은 잠시 망설이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 순간 수원시청의 주장 박희완이 주심의 두 어깨를 잡고 흔들며 항의를 했다. 주심은 주저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심판에 대한 신체 접촉은 당연히 퇴장이다.

 레드카드를 본 수원시청 선수들은 흥분했다. 수원시청 이수길·양종후가 주심에게 욕설을 하고 신체 접촉을 하다 잇따라 퇴장당했다. 특히 양종후는 주심이 들고 있던 레드카드를 뺏으려까지 했다. 세 선수가 줄줄이 퇴장당하자 벤치도 자제력을 잃었다. 김창겸 수원시청 감독까지 대기심에게 욕설을 퍼붓다 퇴장당했다. 급기야 수원시청 홍정민은 주심을 붙잡고 욕설과 함께 “나도 한번 레드카드 줘 봐라”고 대들다 퇴장당했다.

 미포조선은 10분 만에 경기가 재개된 뒤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1 동점을 만들었다. 7명의 선수만 남은 수원시청은 육탄방어로 추가 실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잦아드는 듯하던 분위기는 후반 2분 미포조선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다시 뜨거워졌다. 승패가 판가름났다고 여긴 수원시청이 자포자기 식 플레이를 시작했다.

 수원시청 정재운은 스로인 때 공을 경기장 밖으로 집어던졌다. 주심이 경고했지만 정재운은 공을 다시 집어 이번에는 대기심 쪽으로 던졌다. 주심은 다시 한번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섯 번째 퇴장. 규정상 한 팀 선수가 7명 이하가 될 경우에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챔피언전 1차전은 축제는커녕 줄퇴장과 함께 난장판으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실 관계자는 “한국 축구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퇴보했는지 모르겠다”며 “2차전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순호 미포조선 감독은 “판정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수원 선수들이 흥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창겸 수원시청 감독은 “1년간 선수들과 열심히 노력해 여기까지 왔는데 허무한 결말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퇴장당한 김 감독과 선수들은 2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챔피언전 2차전에 나올 수 없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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