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천길 낭떠러지 앞에 있는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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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3일 민주당과의 합당.후보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지지자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선대위원장단.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물리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은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작은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이번 협상에서 우리 내부가 대선 이후만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정 후보는 동시에 "수구냉전 세력에 맞설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사실상 단일 후보로 정동영을 지원해 달라"며 공식 선거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저녁 서울 대한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그는 "발밑을 내려다보면 엄중하다. 천길 낭떠러지 앞에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큰 틀에서 민주평화개혁 세력을 담아 내려고 아무 조건 없이 합당과 단일화에 합의했었다"며 "12월 19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진다고 말은 하지만 12월 19일 이후에도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정치적 이해관계 앞에 합당이 무산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대선을 위해 티끌 만한 도움이 되는 것이면 선이고, 대선에 부담이 된다면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남은 26일을 가겠다. 끝까지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하나가 되는 내부의 노력을, 다른 후보와는 단일화 노력을 계속해 가겠다.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5년은 어르신들과 이름 없는 평범한 국민의 간절한 소망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마치 정치하는 사람들이 똑똑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오만하고 교만했다는 점을 반성한다."

정 후보는 '중소기업인 희망선포식'에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해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기업 사장 출신이었으나 뇌물과 부패에 연루돼 임기 중 쫓겨났다.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정당성이 겸비돼야 세계 10대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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