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건전관광 수필공모 최우수작-佛影寺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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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국관광공사 최근 실시한 제7회 건전관광 수필공모전에는 모두2백6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목성균씨의 "불영사에서"(64.전직공무원.청주시 모충동451의3)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다음은 "불영사에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편집자 주) 태백산맥을 넘어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늦가을 짧은 해가 정수리를 넘어가 있었다.깊어진 가을 산사(山寺)의 정취가 더욱 고즈넉해지는 때에 맞추어 도착했다.
스산한 바람에 집착하듯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가 지는 경내(境內)를 조용히 움직이는 여승들의 모습,연못에 부처님의 모습이 비치는 여승의 절인 불영사는 이 깊은 가을에 찾아가 볼만한곳이란 생각이 들어 우리의 결혼 30주년 기념여 행지로 정하고떠나온 것이다.
나의 취미는 여행이다.우리 생활 형편으로는 과분한 취미여서 아내에게 늘 마음고생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여행이 하고싶어 질 때면 침울한 표정을 연출한다.그러면아내는『또 도졌군,역마살이 도졌어』하고 혀를 차며 내 음흉한 계략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비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물론 아내를 동반자로 하는 여행이 나의 희망이지만,아내는 둥지를 못떠나는 어미새처럼 죽지로 삶을 끌어안고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아내를 강압적으로 내 옆자리에 태우고여행을 떠났다.하기는 아내가 내 강압에 굴복한 것이 아니고,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이라는 명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여자의 감성 때문이리라.
불영사에 드는 길은 유감스럽게도 경관이 빼어난 불영계곡에 가로놓인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야 한다.시냇물도 가을의 깊이에 따라 여위어 가는듯 했다.그 거울같은 수면에 아내와 내 얼굴이 나란히 비춰졌다.
우리 약혼 사진을 보는것 같은데...
내말에 아내가 웃었다.30년전 시골 사진관에서 사진사의 의도적인 농담에 수줍게 웃는 순간이 찍힌 약혼사진처럼 수면에 투영된 우리의 두얼굴,나는 그 얼굴에서 아내와 동반여행의 감동을 본다. 아내도 동감이기를 속으로 바라면서...
다리를 건녀면 길은 숲속으로 나 있었다. 조락이 끝난 숲은 침잠에 들어 적요한데,나목들이 다가서는 겨울 앞에 내실의 무게로 담연히 서있다.
겨울 잠자리에 들지 못한 다람쥐의 바쁜 움직임이 숲의 적요를가볍게 흔들고 어디론지 간 뒤,더 깊어지는 숲의 적요에 나는 문득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익숙지 않은 짓을 당하자 흠칫하먀 누가 봐요 했으나 손을 빼지는 않고 걸음걸이만 더 다소곳해질 뿐이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불영사의 산문이랄수 있는 둔덕진 숲길을 넘어 호젓한 산기슭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손을 잡힌채로 처녀처럼 따라오는 아내가 신기했다.
아내는 30년전의 처녀로 돌아간듯 다소곳했다.
절은 나지막하게 내려앉으며 불영계곡의 물굽이를 틀어놓고 멎은산자락에 안겨 있었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여염집 아낙네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모습이 여승의 도량다웠다.
절앞에 불영사의 이름을 낳은 연못이 있다. 부처의 모습이 비친다는 연못에도 깊은 가을이 침잠해 있었다. 연못 저편에 우리보다 먼저 절에 든 내외간인듯 싶은 초로의 한쌍이 손을 잡고 열심히 연못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불영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내는 그들을 보자 얼른 손을 빼갔다. 전시대의 여성 박물같은 아내의 짓에 나는 애수를 느끼며,오기로 다시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구태여 손을 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목매기 송아지의 뻗댐같은 거북 손길에 느껴졌다. 그순간 이제 아내의 손을 잡고 여행을 자주 다녀야지,그래서 늦었지만 삶의 정서를 개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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