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박한 감독 실업행이냐 고대 잔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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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실업행이냐,고려대 잔류냐』-.
박한(朴韓.49)감독은 괴롭다.오라는 데는 많지만 선뜻 나설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이때문에 朴감독은 거취를 결정하지 못한채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朴감독이 이처럼 행복한(?)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최근 창단을 선언한 대우증권.동양제과 등 신생구단의 감독영입 1순위 후보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면서부터.더욱이 이들 구단은 『대안이없다』고 강조하면서 오매불망 朴감독의 「결심」만 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朴감독의 주가가 상종가로 치닫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생팀들은 朴감독을 영입함으로써 고려대의 황금멤버를 스카우트하는데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고 지속적인 유대를 통해 우수선수를 조달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朴감독도 신생구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꿰뚫고 있다.
그가 선뜻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朴감독은 『제자이자 후배인 선수들의 진로를 정해놓은 후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혀왔고 『선수들이 합당한 절차를 거쳐 적절한대우를 받고 실업에 입단하기 전에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의리와 책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朴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얼굴만 보고 아들을 내맡긴 학부모들과 지난 20년간 고려대 농구의 전권을 맡겨온 고려대 체육부의 「책임론」을 외면하기 어렵다.
朴감독은 최근 『내가 책임져야 할 제자들은 현재 3학년뿐 아니라 2학년 선수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전희철(全喜哲).김병철(金昞徹)등 96년 졸업예정선수와 미국에서 스카우트해온 박재헌(朴載憲).박훈근(朴薰槿).양희승(梁熙勝)등 9 7년 졸업예정선수들의 진로까지 정해진 후라야 자리를 뜰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朴감독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실업무대에 진출할 수는 없다.이때문에 朴감독의 고려대 잔류를 예상하는 관계자들도 적지않다.이들은 의리 하나로 버텨온 朴감독의 성격을 강조하며 『결국 모교에서 농구인생을 명예롭게 마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朴감독은 『고려대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이라는 전제아래 잔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도 『내년 3월은 돼 봐야 입장이정리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朴감독이 실업행에 나선다면 고려대 3학년 선수들의 진로가 정해지고 94~95농구대잔치가 끝나는 95년 3월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朴감독은 동양제과의 적극성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후임으로는 임정명(林正明.36)코치를 추천할 것이 확실하다.
한편 대우증권과 동양제과 남자농구단이 모두 고려대를 스카우트대상으로 지명한 가운데 실업연맹은 이달내로 추첨을 통해 연고구단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려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연맹측에서는 『해당 대학과의교섭없이 일방적으로 지명 하는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대학연맹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대학측과 협의없는 실업연맹팀의 일방결정은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실업연맹측에 통보했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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