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인도, 육상 합동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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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국과 인도가 다음달 육상 합동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중국 신화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국경 획정 문제로 1962년 무력 충돌했던 두 나라가 2003년 동중국해에서 공동으로 해상 구조훈련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합동 육상 군사훈련은 처음이다.

◆군사 충돌 가능성 낮아져=양국 육군 병력이 100명씩 참가하는 합동 군사훈련은 다음달 중국 영토인 윈난(雲南)성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훈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국 모두 국내에서 분리주의 세력의 도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훈련에 반 테러 훈련 성격이 가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은 양국 국방부의 합의에 따른 것이며 어떤 국가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한 훈련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관계가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단계로 발전함에 따라 당분간 양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은 낮아지게 됐다.

그 뿐만 아니라 국경 분쟁 이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히말라야 산맥 일대의 국경선 획정 문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1일 싱가포르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만나 국경선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양국은 최근까지 국경 획정을 위한 실무회담을 11차례 개최했다.

원 총리는 "양국이 국경선 문제를 풀기 위해 지금까지 성의를 보여 왔다"고 평가하고 "풀기 쉽지 않은 문제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고 말했다.

싱 총리는 이에 대해 "중국과 국경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도 정부의 정치적 바람"이라며 "적극적인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문제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인 화해 무드=중국과 인도는 62년 히말라야산맥 일대의 국경선 획정 문제로 무력 충돌해 인도군 30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인도는 영국이 1914년 그은 '맥마흔 라인'을 국경선으로 주장한 반면 중국은 영국의 인도 식민 지배 이전의 전통적 경계선을 국경선으로 간주했다.

국경 분쟁 후에도 인도는 "중국이 카슈미르 지역 3만8000㎢를 무단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 9만㎢가 중국 영토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국은 국경선 대신 통제선(LAC)으로 영토를 구분하고 있다.

견원지간이었던 두 나라가 공동 군사훈련까지 하게 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지금은 경제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양국 관계는 인도 정계의 최고 실세인 집권 국민회의당 소냐 간디 당수가 지난달 26일 1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을 면담할 정도로 훈풍이 불고 있다. 만모한 싱 총리도 연내에 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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