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北 개방관련 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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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북한 당국이 김일성이 사망한 지난 7월을 전후해 투자유치관련규정들을 속속 만들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나진-선봉지역에 대한 개방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그동안 잇따른 관계법령 정비에도 불구,외국투자 유치실적이 전무해 외국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야겠다는 북한의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법령 정비를 마친 북한으로서는 나진-선봉 지역의 외국인용 숙박.통신시설,왕래를 위한 도로.철도.항공등 교통수단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駐韓)유럽연합(EU)주최 「북한의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세미나 자리에서 통일원이 입수한 자료를 통해 밝혀진 북한의 「외화관리법시행규정」등 3개 규정의 내용과 그에 대한 통일원의 평가를 요약한다 .
◇외화관리법시행규정=기본법인 외화관리법과 비교해 볼때 외화의이용,반출.입 절차등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그 내용이 다소 충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정위반 때 제재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것은 북한의 개방의지를재차 확인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내 외국투자기업의 외화사용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과 베트남이나 중국의 외국인 유치 조건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 힌다.
이 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자유경제무역지대안에서 회사채등 외화유가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통일원 당국자는 『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채권」「증권」발행제도를 도입한 것은 앞으로 북한의 경제개방.개혁이 예상보다 급속히 추진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임대법시행규정=토지이용신청서및 임대차 계약서 내용,임대관련 지대당국의 역할,입찰참가 절차,토지이용권 양도 및 저당절차등을 더욱 자세하게 규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임대기간을 연장하려면 기간만료 6개월전에 「토지이용연기신청서」를 제출,승인을 받도록 했으며▲임대기간 만료전에 토지이용권을 취소한 경우에는 빌린 사람에게 다른 토지로교환해주거나 보상해주고▲임대기간 만료 후의 토지 이용권은 자동적으로 토지임대기관에 반환되고▲특히 건축물,기타 부착물은 무상으로 반환토록 했다.
이 규정에서 도(道)토지이용권의 양도.저당.반환등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사전 승인 조항이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 흠이다.
◇자유경제무역지대 외국인 체류및 거주규정=외국인은 지대 내에서 여권 또는 여권대용증명서와 체류증.여행증등과 같은 증명서를소지토록 하고 체류증이나 거주등록증을 다시 발급받을 때는 수수료의 10배를 징수토록 했다.
문제점으로는 기존의 외국인 출입 규정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내용 전반에 걸쳐 거주 활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구체적인 조항들을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도착 다음 날부터 48시간 이내에 출입국 사업부서에 체류등록신청서를 내야하며 여기에는 모자와 안경을 벗고 찍은 사진을 첨부하고,등록증 재발급때는 10배의 수수료를 징수한다』고 규정한 것이 좋은 예다.
이는 물론 개방범위를 최소화해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자는 정책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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