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악마의 유혹을 뿌리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골퍼들이 필드에 나설 때의 설렘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특히 마음에 맞는 동반자와의 라운딩은 「소풍 전날밤의 국민학생」처럼 전날부터 마음이 들뜬다.그러나 라운딩 도중 발생하는 동반자의 비신사적 매너로 인해 즐거운 골프는 괴로운 골프로 변하기도 한다.
얼마전 방송인 골프모임에 동반할 기회가 있었다.이날 필자는 「골프는 심연의 인간성을 드러내게 하는 마법의 스포츠」라는 골프의 명언을 실제로 체험했다.
골프는 심판자 없이 스스로 벌타를 매기는 신사의 스포츠인데 이러한 골프의 특성이 때때로 골퍼들에게 「악마의 유혹」이 되기도 한다.타수에 욕심이 난 골퍼들이 저지르기 쉬운 스코어 조작.터치플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악마의 유혹에 걸려든 사람은 방송인 L씨.자타가 공인하는 「골프룰 원칙주의자」로 평소 필자는 그분의 골프 지론에 상당한 공감을 느끼고 있어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에나섰다. 그러나 라운딩 도중 L씨는 어쩔 수 없는 더티 플레이를 연출,필자를 포함한 동반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L씨는 쇼트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것도 모르고 슬그머니 또다른 볼로 플레이를 진행하는 우를 범했던 것.
포대그린인 파 3홀에 이르러 3명 모두 한번에 온그린시켰으나L씨의 볼은 티잉그라운드에서 보기에 그린을 오버한 것처럼 보였다.캐디와 함께 그린 뒤쪽 러프에 들어가 볼을 찾던 L씨는 『볼이 여기 있네』하며 세컨드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
그런데 그린에 올라선 일행은 L씨가 처음에 친 볼이 홀컵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홀인원이었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싱글골퍼 이전에 「싱글인생」을 배우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단국대 행정대학원 졸업▲도쿄(東京)골프칼리지 졸업▲하나물산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