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살길은 동북아시장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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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경제는 이러다간 중국에 휘둘리는 변방 경제로 전락합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국이 따라올 것이고 자연스럽게 한.중.일 동북아 경제 통합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국내 경제학계에서 경제통합론 연구의 선구자로 통하는 김세원(金世源.65)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올 봄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한다.

34년간 서울대에 재직하며 20여편의 저서와 60여편의 논문을 남긴 金교수는 12일 유럽의 경제통합 과정과 시사점을 한국적 관점에서 집대성한 'EU 경제학'을 발간했다.

金교수는 한.칠레 FTA가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순서를 무시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문제를 풀려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FTA를 추진하면서 강도 높은 농업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힘든 구조조정은 회피하며 퍼주기식 선심정책으로 어물쩍 농민을 설득하려 했어요. 농민이 구조조정을 통해 자력으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金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금 잘 나가는 수출에서 위안을 찾고 있지만, 몇년 안에 수출도 '좁은 시장'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해결방법은 동북아 경제통합밖에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시장 통합에는 한.중.일 3국 가운데 중국이 가장 소극적인데, 이는 시간이 흐르면 한국은 저절로 중국 경제권으로 흡수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金교수는 진단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金교수는 "서둘러선 안된다"면서 "퍼주기식이 아닌 주고받기식 교류를 통해 국제 상거래의 계약과 관행 등 시장경제의 룰을 북한에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통화위원회 및 증권감독위원회 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으로 일하며 이론과 현실 경제를 접목했던 金교수는 "퇴임 후에도 학술.저술 활동을 통해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계속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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