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등장인물 作名 캐릭터.이미지에 맞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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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극중 인물의 작명은 대본을 쓰는 극작가의 고유권한으로 작가의 취향에 따라 이름을 짓는데,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극중 인물의 캐릭터나 이미지에 맞춰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때로는 PD등 제작진들과 협의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드라마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차령」「소라」「장미」등 맑고 예쁜 이름이 등장하거나「춘섭」「영숙」「호순」등 소박한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SBS『이 여자가 사는 법』은 등장인물의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성격과 이미지를 한눈에 알수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온순하고 얌전한 가정주부「유순애」(이효춘),그와 친자매이면서도 성격은 정반대로 적극적인「유강애」(최수지),친구의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배신자」(한혜숙),유약하고 고민이 많은 고동민」(이영하),신세대 사고방식으로 언제나 좌충우돌하는 「모난수」(홍학표)등….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이름이 큰 몫을 하는 경우로는 KBS『딸부잣집』이 있다.다섯딸의 이름이 순서대로「일령」「차령」「세령」「우령」「소령」등으로 지어져「아들을 바라지만 계속 딸만낳다가 결국 포기하고마는 전통적 부모상」을 상징 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또 SBS『까치네』의 경우도 부모가 신혼여행지인 바닷가에서 가진 「소라」,외톨이지만 원칙대로 바르게 살아가려는「방정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등이 등장한다.
이밖에 때때로 극작가 자신의 주변인물 이름들이 여러가지 편의를 위해 원용되기도 한다.
MBC『서울의 달』의「홍식」과「춘섭」은 작가 김운경씨의 친구이름이고 윤미라의 딸「명선」은 다름아닌 김씨의 친딸 이름이며 채시라의 직장친구「희영」은 작가실에 근무하는 막내 여직원의 이름이다. 김씨는 자신의 돈을 떼먹고 달아난 사람이 미워 악역의이름으로 사용,복수(?)를 하기도 했고 또『까치네』의 작가 박리미씨는 집필을 맡았던 드라마『목소리를 낮춰요』에 당시 일본유학중이던 막내아들「지웅」의 이름을 넣어 자식에 대한 그 리움을달래기도 했다.
박씨는『물론 극의 내용이 중요하지만 드라마의 특성을 단적으로표현할수 있는 이름을 만드는데 고심을 많이 한다』며『이름만 짓고나도 절반은 끝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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