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지키는사람들>서울창3동 공무원 金榮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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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도봉구창3동 주택가 골목길에는 출근시간대 북새통이 잠잠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잡음섞인 음악과 함께 앙징맞은 0.5t트럭이 털털거리며 나타난다.
기다렸다는듯 대문이 열리며 이집 저집에서 노인과 주부들이 신문지 뭉치랑 빈병을 들고 나온다.
트럭 운전자는 익숙한 솜씨로 저울에 달아본뒤 트럭에 싣고 재활용품의 대가로 화장지를 나눠준다.
창3동사무소 직원인 김영욱(金榮旭.40)씨는 이 골목에서 고물아저씨로 불린다.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는 귀중한 상품이지요.비록 값싼 재생화장지를 주고 사들이는 것이지만 매립지 확보난이나 자원절약 차원에서 보면 귀중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金씨가 고물상으로 전업(?)한 것은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NIMBY)란 말이 일상용어로 둔갑해버린 92년 여름.
쓰레기통에 넘쳐흐르는 종이.빈병등을 보며 재활용에 착안한 것이다. 『처음엔 주민들도 무관심했어요.따로 모아두기가 번거로운데다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생각에서지요.』 金씨는 재활용품 분리수거 필요성을 골목길에서,포장마차에서,동사무소에서 만나는 주민마다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구청에는 차량지원을 받기 위해 하루에도 두세차례씩 드나들었다. 『지난 3월 구청에서 지원받은 트럭과 기존의 손수레 5대로동사무소에「분리수거 기동대」를 조직했습니다.6월초부터는 두대의트럭으로 재활용품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金씨는 창3동을 5개구역으로 나누어 매일 오전 1개 구역씩을 돌고,오후에는 모아온 재활용 쓰레기를 동사무소앞 빈터에서 취로사업 인부들과 함께선별해 직접 수집상에게 넘겨 준다.
공무원 생활 14년째인 金씨는 고급인력이 쓰레기 수거에만 매달리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을 단호히 거부한다.
『매일 20만원,1년에 4천만원 정도의 수익으로 창3동 청소비 예산 20~30%를 절감하고 있습니다.매일 트럭 4대분씩 나오던 매립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말단 공무원으로 이보다 더 큰 효율창출이 어디서 가능하겠습니까.』 金씨의 노력이 조금씩 알려져 그동안 전국에서 1천8백여명이 60여회에 걸쳐 견학했고,현재 환경처와 함께 홍보용 비디오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동료직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동장과 구청장께서 믿고 지원해 준 덕이기도 하고요.』 金씨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시민정신이 창3동을 재활용 모범지역이 되게 했다고 말한다.작은 환경운동가가 된 金씨는 그러나 고물상 일이 머지않아끝나게 되기를 고대한다.
『재활용 수집체계가 완전히 자리잡고나면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지요.쓰레기종량제가 확대되면 시행착오를 겪을 테지만 주민들의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봅니다.』 〈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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