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만인의 戀人 김미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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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가을을 연상시키는 갈색여인」「차분하고 분위기있는 여자」「 화를 내도 살포시 웃으며 다가설 여인」「차 한잔 같이 나누고 싶은 만인의 연인」…연기를 시작한지 15년동안 줄곧 그녀에게 붙어다니는 이러한 수식어를 선입관으로 안은채 만난 김미숙(35)은 그 누구보다「세련되고 지적인 도시여성」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직장남성들한테 인기가 있다고요?요즘도 그런가…그동안 별로 두드러지게 활동한 것도 없는데…그동안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린 배역을 일관되게 맡아와서 그런가봐요.팬들이 아직 잊지않고 기억해주니 고맙네요.』 새 아침드라마를 통해 무미건조한 가정사를 못견뎌 일탈하고 마는 아내의 모습으로 변신,시청자들 앞에 나타날뻔 했지만 도덕성 상실을 우려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드라마가 취소돼 불발로 그쳤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어요.주부의 불륜을 그리는 것이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않았거든요.2년전부터 그 역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지만 망설이기도 했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일일드라마보다는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하자는 제안도 했어요.불 륜이라고는 해도 응축되고 곱게 정제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여성심리를 아름답게 담아낼 수도 있잖겠어요.』 대신 그녀는 요즘 자신의 분위기에 보다 잘 어울릴듯한 연극,서머싯 몸 원작의『아내라는 직업의 여인(The Constant Wife)』(11월11~27일.호암아트홀)준비에 몰두해있다.
『취소된 드라마와는 달리 이번 작품은 바람난 남편을 끝없이 인내하며 기다리다 결국 일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는 아내의 모습을 그리게 되지요.남편의 배신에 대한 슬픔과 가슴아픈 체험을 부정이라는 맞대응이 아니라 인내와 아량으로 감싸지만 남편의 외도가 몇마디 사과나 용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고나 할까요.』 『한때 팬들이 싫증낼까봐 다른색으로갈아입을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나」라는 바탕색은 결코바뀔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스스로 사고하기 시작한 뒤부터 열망했던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 어지구요.』 그래서 김미숙은 끊임없는 변신이 요구되는 연기보다「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라디오에 애착을 갖고 있다.지금 맡고있는 프로는 KBS제1FM의『FM가정음악실』.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아직 미혼인 그녀는 원생이 1백60명이나 되는 성산동「사랑유치원」의 원장선생님이기도 하다.이유치원에서 자모회라도 한번 할라치면 원장선생님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학부형(주로 아버지)들이 거의 1백% 참석한다는 이야기도전해진다.
***뒤늦게 유아교육학 공부 『그건 몰라도 아이들끼리 자기 유치원 자랑을 하다 더이상 내세울 것이 없을 때는「우리 원장선생님은 탤런트야」라고 한다는 말은 들었어요.솔직히 말해 늙고 시들어서 더이상 배우로 선택되지 않을 때를 생각해 시작한 것이지만 아이들에 대 한 책임감으로 뒤늦게 방통대에서 유아교육학을공부하기도 했지요.』 결혼은 안할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글쎄요』다.
『모르겠어요.결혼을 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 않네요.
눈먼 남자를 아직 못만나선지 제가 욕심이 많은 완벽주의자여서 그런지….하지만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지않아 부모님도 채근은 안하시더라구요.가정을 꾸미는게 솔직히 두렵기도 하 지만 막상 결혼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결혼도 안한 여자가 어떻게 아내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그렇게 잘 소화해낼 수있느냐고 물었더니『그런건 여자면 다 할 수 있는 거예요』라고 점잖게 일러준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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