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잡아라" 중·일 경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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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해 온 중국은 올 초 필리핀에서 아세안 10개국과 '서비스 무역협정'에 서명, 2010년 FTA 체결을 앞두고 주요 서비스 업종을 먼저 개방하기로 했다. 2005년엔 '상품 무역협정'을 체결, 아세안 국가들과는 7000여 개 품목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한 발 늦게 출발한 일본도 19일 아세안과의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에 최종 합의했다. 일본이 지역연합과 EPA를 체결하기는 처음이다.

◆동아시아 EPA 구상 시동=2005년 4월 시작, 난항을 거듭해 온 EPA 협상은 일본 측이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품 중 수입액 기준으로 90%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합의에 이르게 됐다. 협정은 내년 가을께 발효될 예정이다. 향후 10년 이내에는 수입액의 93%분이 비관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쌀과 보리 등 농산품과 유제품, 고기, 설탕, 참치 등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일본과 양국 간 EPA를 체결한 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10년 이내에 일본 수입품의 90% 이상에 대해 관세를 없애게 된다. 베트남은 일본 제품의 수입관세 철폐를 15년 이내에, 캄보디아와 라오스.미얀마는 18년 이내에 수입액의 85%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18억 단일시장 '경제 맹방' 야심=중국은 아세안 지역의 경제 맹방을 꿈꾸며 오랫동안 꾸준하게 아세안에 공을 들여 왔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10월 30일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중국 남부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의 수도 난닝(南寧)으로 초대했다. 수교 15주년을 기념하는 '중국-아세안 정상회담'이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아세안 회원국 외의 제3국에서 총집결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올해 8월 21일 아세안 10개국과 한.일의 대표적 언론사 기자들을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제1회 10+3 미디어협력 포럼'을 열었다.

중국은 1996년 '아세안 협력국' 지위를 획득했고, 96년 선린 우호관계를 맺은 데 이어 2002년 경제협력조약을 체결하면서 2010년까지 양측 자유무역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수교 당시 76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1304억 달러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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