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 세계로'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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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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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북서쪽에 위치한 파카임부의 이지에노폴리스 쇼핑몰. 중산층 주거지역에 자리 잡은 이 쇼핑몰은 가전·의류·보석 등 수입 고가 제품을 쇼핑하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북적인다. 수입 와인 매장의 지배인 빅토르 레비는 “100달러가 넘는 프랑스 와인이 다 팔려 다시 수입해야 할 판”이라며 “수출이 잘 돼 소득이 늘다 보니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보다 세 계단 높은 세계 10위다. 2004년에는 우리나라가 11위, 브라질이 14위였지만 2년 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세 마리 토끼 잡고 환골탈태=우선 물가를 잡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브라질 사람들은 날마다 바뀌는 가격표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1994년의 물가 상승률은 무려 4922%. 하지만 2003년 14.7%를 끝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2%까지 뚝 떨어졌다.

수출도 살아났다. 만성 적자였던 무역수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올 상반기 흑자만 206억 달러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도 꼬리를 잇고 있다. 지난해에만 187억 달러의 해외 자본이 몰렸다.

소비도 활발하다. 프라다·구찌 등 의류 명품뿐 아니라 포르셰·페라리 등 고가의 자동차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조사 전문업체인 GFK인디케이터에 따르면 브라질의 올해 명품 시장은 2년 전에 비해 48% 증가한 43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4만 선에 머물던 주가도 어느새 6만 선을 넘어섰다.브라질의 ‘환골탈태’는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실용노선에 힘입은 바 크다. ‘노동 운동의 대부’라며 ‘좌파 꼬리표’를 달고 사는 룰라 대통령이지만 그가 추진한 경제정책은 되레 오른편에 치우쳐 있다. 그는 정부 지출을 줄이는 긴축재정으로 살인적인 고금리를 잡아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돼 온 조세·연금제도를 개혁했다.

◆유전 발견으로 날개 달아=이달 9일 리우데자네이루 앞바다 ‘투피 광구’에서 발견된 대형 유전은 브라질 경제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다. 투피 광구의 석유 매장량은 50억~80억 배럴로 브라질 전체 매장량(144억 배럴)의 절반 정도. 이번 유전이 개발되면 브라질은 현재 세계 17위에서 세계 13위의 산유국으로 뛰어오를 뿐 아니라 석유 소비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유전 발견을 계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과 선진 8개국 회의(G8) 가입도 추진 중이다. 대형 유전 하나가 브라질의 위상을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남미뿐 아니라 세계 경제·외교 무대에서 브라질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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