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웨이트 合訓 안도-남정호특파원 쿠웨이트서 3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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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이라크군의 전면철수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쿠웨이트를뒤덮었던 긴장의 수위는 점차 내려가고 있다.
시내를 돌아봐도 인적이 드물다는 점외에는 별다른 혼란이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다.특히 이날 실시된 美해병대와 쿠웨이트군의합동훈련은 이곳 사람들을 더욱 안도케 하고 있다.
미군측은 이번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수백명의 외신기자들에게 훈련현장을 일부 공개했다.참관이 허락된 지역은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무틀라 해변의 사막.
오전 8시48분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10대의 헬기가 바닷가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2대의 엄호용 코브라헬기가 낮게 맴도는가운데 한 차례 선회비행을 마친 8대의 시나이트 수송용헬기가 뿌연 모래먼지를 흩날리며 사막위에 착륙했다.
불과 1분만에 1백여명의 미해병과 5대의 지프를 토해 낸 헬기들은 즉시 발진했던 프리깃전함으로 되돌아갔다.드래건 대전차포.토우미사일로 무장한 병사들은 곧 1㎞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실탄을 사용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3천여명의 미해병과 10여대의 헬기,4척의 전함이 동원된 이날 훈련은 밤늦게까지 이어져 쿠웨이트시티 상공에는 하루 종일 헬기가 떠다녔다.
이번 훈련의 표면상 목적은 쿠웨이트군과의 합동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미군측은 이날 훈련이 쿠웨이트인들을 위한「쇼」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머리 위로 날고 있는 미군헬기를직접 보면 쿠웨이트인들의 불안도 훨씬 줄 것』이 라고 기자를 안내한 할 피트만 미해군중위는 말했다.
훈련광경은 쿠웨이트 국영방송의 뉴스시간마다 상세히 반복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미군 철수후」의 상황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가 가고 있다.그러나 완전히 간 것인가」라는 게 13일자 이곳 영자지(英字紙)아랍타임스의 1면 제목이다.『후세인이물러나지 않는 한 그들은 꼭 돌아올 것이며 우리 형제를 무참히살륙할 것』이라고 호텔지배인 알 이브라햄은 강조 했다.
이번 병력이동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후세인만이 알겠지만『쿠웨이트는 이라크의 19번째 주』라는 이라크인들의 생각이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곳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중동의 화약고」로 계속 남을 것이다.
[쿠웨이트=南禎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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