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한화 투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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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히로시마에서 황영조(黃永祚)선수가 달리던 모습을 본 사람들은한결같이 그의 집념과 투혼에 감탄했다.비록 키는 작지만 딱 벌어진 가슴,꽉 다문 입술등「달리는 투혼」그 자체였다.
비단 황영조만이 아니었다.
역도장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역사들은 한결같이 결정적인 순간「얏」하는 기합을 질러댔다.
11일 인천구장에서 벌어진 태평양대 한화의 94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은 승패를 떠나 두 팀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극명하게 드러난 한판이었다.
홈런을 친 김경기(金敬起)나 김동기(金東基)는 마치 황영조선수가 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처럼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태평양의 내.외야수들은 플라이볼을 잡아도 손을 치켜들며 좋아했다. 대신 한화선수들은 홈런을 얻어맞고도 피식 웃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삼진을 당하고도 화풀이 한번 하는 선수가 없었다.6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당한 것은 이런 투혼의 차이랄까 아니면 기(氣)의 차이랄까 바로 그 때문이었다.1981년 L A 다저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첫 두경기는 휴스턴의 일방적인 승리.
화가 난 다저스의 톰 라소다 감독은 선수전원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젠 막판이야.1년내내 잘해놓고 여기서 죽을 쑬 순 없잖아.만약 내일 경기도 지면 너희들 내년엔 몽땅 트레이드야.』 이협박이 먹혀들었던지 다저스는 이후 3연승,결국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뉴욕에서의 첫 두게임에서 다저스는 또 양키스에 2패를 당했다. 이어 LA에서 열리게 된 3차전에 앞서 라소다 감독은또 선수들을 집합시켰다.그리고 이번엔 협박대신 성경을 들고 나왔다. 「우리가 환난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 환난은 인내를,인내는 연단을,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장 3-4절).
환난과 인내와 연단 덕택이었는지 다저스는 그뒤 파죽의 4연승을 거두고 시리즈 우승이란 소망을 이루었다.
한화선수들이 다시 투혼을 발휘해 야구사에 남을 명 플레이오프전을 연출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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