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으뜸 한국단풍 심한 일교차에서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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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설악(雪嶽)에서 한라(漢拏)까지,전국의 명산이 단풍으로 활활타오르고 있다.올해 단풍은 이번 주초부터 월말까지 지역별로 절정을 이루리라는 것이 기상청 등의 전망이다.단풍하면 흔히 그 현란한 색깔만 먼저 떠올리지만 정작 단풍을 제대 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어린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자연학습의 주제로,어른들에게는 좀더 자세히 알고 즐길 수 있도록 단풍의 과학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
단풍이 우리나라처럼 멋지게 드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중국 일부와 일본.북미지역밖에 없다.
이들 온대지방의 가을 날씨는 아침.저녁은 춥고 낮에는 따뜻한데다 강수가 거의 없어 단풍이 들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있다. 단풍은 섭씨 5도이하로 떨어져 잎과 가지사이에 떨켜층이생성될 때 만들어진다.이 상태에선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나도 양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남게 돼 산도(酸度)가 높아지고,이때 생긴 산(酸)이 푸른 빛을 띠는 엽록소를 파괴함으로써 평소 엽록소에 가려있던 카로틴.크산토필같은 색소가 제 색깔(노란색)을 낸다.붉은 계통의 색깔은 광합성의 결과로 생긴 탄수화물이 모여서 생긴 안토시안이란 물질 때문이다.
단풍은 흔히 낙엽이 지는 현상으로 이해되지만 가을철 명산을 감싸고 있는 단풍들은 대부분 단풍나무속(屬)에 속한 수목군이다.세계적으로 단풍은 1백50~2백여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생긴 열매를 갖고 있다는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중 당(唐)단풍.단풍.부게꽃나무.시닥나무 등 15종 정도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 특산종으로는 울릉도의 우산고로쇠나무를 꼽고있지만 학자에 따라 이견도 있다.단풍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지방으로 5천만~6천 만년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분화돼 기후변화에 따라 동북아 등에 퍼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단풍은 최근들어 분재.조경수 등으로 널리 이용되는데 사시사철붉으스레한 단풍은 잎속에 카로틴.크산토필 등의 양이 아주 많은종자를 인위적으로 선별해 길러낸 것이다.또 이와는 반대로 중국의 일부지방에는 항시 푸른 상록단풍도 있다.
명산마다 자생하는 단풍의 종류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당단풍은 설악산에 가장 많고,내장산은 당단풍보다 키가 크고 줄기가 굵은 단풍나무(일명 내장단풍)가 주류를 이룬다.이밖에 오대.치악.가야 산의 정상부근에서는 잎맥이 3~5개인 시닥나무.복장나무 등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加産으론 시럽도 생산 아름다운 단풍은 색깔이 진하고 잎맥이 많아야 한다.이런 점에서는 잎맥 13개인 우산고로쇠와 9~11개인 당단풍이 으뜸이며 이보다 잎맥수(5~7개)는 적지만키가 10m안팎인 내장단풍은 또다른 맛을 준다.
단풍은 또 경제수종으로서 가치도 크다.국기속에 단풍이 그려질만큼 단풍이 흔한 캐나다에 주로 분포하는 설탕(혹은 사탕)단풍은 수액속에 아주 많은 양의 당분이 들어있어 시럽생산에 적합한것으로 알려졌다.국내 일부농가에서 이 단풍을 들 여오려고 시도했으나 기후 조건이 맞지않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분재용으로는 복자기.당단풍.섬단풍 등이 좋으며▲눈따기▲순따기▲뿌리 잘라주기만 잘해주면 키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金昶燁기자〉 ◇도움말 주신분:▲현정오(玄正悟.서울대 산림자원학과)교수.장진성(張珍成.수원대 생물학과)교수.이병천(李炳天.임업연구원 수목생태학연구실)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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