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터진 측근 비리 푸틴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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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임기 말까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이 최근 잇따라 터진 측근들의 비리 스캔들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그가 신임해 온 정부 주요 인사들이 공금 횡령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국내외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카리스마적 통치 스타일과 눈부신 경제성장 외에 본인과 측근들의 청렴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이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입힐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무차관은 공금 횡령 혐의=러시아 검찰은 17일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재무차관이 거액의 공금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스토르차크 차관은 푸틴 대통령과 동향인 페테르부르크 출신들로 구성된 최측근 그룹 '페테르부르크파'의 중심 인물인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의 심복이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스토르차크가 수천만 달러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개방 이후 차관급 이상의 고위 관료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현지 라디오 방송인 '에호 모스크바'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검찰은 물론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브네쉬에코놈방크(대외경제은행)' 부총재를 지내고 2004년 입각한 스토르차크는 러시아의 대외부채를 성공적으로 청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통부 장관은 돈세탁 의혹=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레오니트 레이만 정보기술통신부 장관도 비리 스캔들에 휩싸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6일 "레이만 장관이 경제 범죄 혐의로 영국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이만 장관은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정통부 장관을 맡으면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왔다.

영국 검찰은 레이만 장관이 불법 경제활동과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중남미의 영국령 버뮤다섬 소재 펀드사 '아이포스(IPOC)'의 실질적 소유주란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IPOC는 이동통신회사인 '메가폰'을 비롯한 러시아 정보통신업체들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체 지분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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