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7일 전까지 지지율 발표 가능 … 파괴력 커진 여론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대선은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D-22일(2002년 11월 27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선거법 개정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D-6일(12월 13일)로 완화된다. 유권자들은 13일자 조간신문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처럼 선거 막판까지 후보들의 지지율 변동 추이를 알 수 있으면 여론조사의 파괴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다. 여론조사는 1위 후보에게 표가 더욱 쏠리게 하는 '밴드 왜건' 효과와 약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 독' 효과를 낳는다. 이 상반된 두 가지 효과는 엇비슷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상 중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거 실무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밴드 왜건 효과가 커진다고 믿는 분위기다. 그래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회창 후보 진영은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온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를 경쟁적으로 흘리기도 했다. 이제는 그 같은 암수(暗手)가 안 먹히게 됐다.

선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겐 BBK 사건 수사 발표가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수사 발표(24일 전후로 예상) 이후 이달 말까지 여론조사에서 지금과 같은 38~40%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럴 경우 이회창 후보의 레이스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 완주가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반면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4~5%포인트 이상 빠지고, 이회창 후보가 그만큼 치고 올라오는 현상이 생기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상당한 동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범여권에도 여론조사는 양날의 칼이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 지지율이 25% 이상 나와 준다면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시켜 이명박 후보와 일전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만약 후보단일화의 시너지효과가 신통찮은 것으로 판명되면 지지층 상당수가 기대를 접고 기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