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난항 또다른 이유-北강석주 위상 약화조짐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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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북한(北韓)측 협상대표인 강석주(姜錫柱)외교부 제1부부장의위상이 김일성(金日成)사망후 상당히 달라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또 북한내 권력구조 재편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北-美협상에서 강석주는 지난 8월 협상때와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는게 제네바 협상테이블 주변의 전언(傳言)이다.
姜은 종전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때마다 수시로 평양과 의사소통을 갖고 훈령을 받는다는 인상을 풍겼으나 이번에는 그때처럼훈령조회가 잦지 않은 것 같다는게 韓美관계자들이 느끼고 있는 감(感)이라고 한다.
姜의 본국조회가 줄어든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협상전부터 전략상 끝까지 타협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의 회담은 북한으로선 상당히 불안정한 시기에 열려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적 합의에 이른다는데 상당한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결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4대원칙 합의성명에 쉽게 동의했다.
다만 합의성명에서도 북한은 특별사찰이나 한국형(韓國型)경수로(輕水爐)선택을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명백한 의사는 밝히지 않은모호한 상태로 놓아두는데 성공했다.그러나 그런 원칙들을 이행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특별사찰이나 한국형 경수로에 명백한 반대의사를 펴는 것은 물론 영변(寧邊)5㎿원자로 재장전(再裝塡)마저 강행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는 것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이 김일성 사망 직후에 비해 상당한 여유를 찾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姜의 바뀐 태도에 대한 또다른 해석은 북한의 권력체제가 김정일(金正日)중심으로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지미 카터前美대통령 등 김일성과 접촉했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할 때 姜은 김일성에게 직접 보고하고 직접 지시를 받았음이 분명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
그러나 최근에는 姜이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는지 도저히 알 수없다고 한다.특히 회담장에서 나오는 姜의 발언 등을 살펴보면 그가 북한내 여러층의 입장을 두루 신경쓰고 있음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姜의 입지는 자꾸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강경한 입장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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