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는 사람, 부동산 사면 증여세 각오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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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13면

얼마 전 분양이 끝난 판교 아파트를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 등이 분양받은 경우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 아들이나 부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과세 관청은 직계존속 또는 남편에게서 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과 대한주택공사에는 판교 청약자의 증여세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질 분양가(채권손실액 포함) 7억9436만원짜리 142㎡(43평형) 아파트를 부부간 증여에 의해 취득할 경우 9000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 하니 일부 청약자들은 벌써부터 좌불안석일 것이다.

법원 판결도 과세 관청의 세금 부과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가 많다. 핵심은 취득한 재산이 증여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면 일정한 기준과 범위 안에서 증여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를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이라고 한다.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없는 사람이 납득할 만한 자금 출처를 대지 못하고, 그 직계존속이나 남편 등이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는 경우 문제가 된다.

재산 취득자금의 증여 추정과 관련한 판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증여세의 부과요건인 재산을 증여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 관청에 있다. 재산 취득 당시 상당한 수입·소득이 있는 사람이 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소요된 자금을 일일이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사람에게서 증여받은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누1252판결 등).

그러나 일단 재산 취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재력이 없다는 사실이 과세 관청에 의해 입증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금 출처를 입증하는 것이 재산을 받는 수증자(受贈者)의 몫이 된다. 이때 수증자가 납득할 만한 자금 출처를 대지 못하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누3199 판결 등). 이런 법리는 일정한 직업이 있고, 소득이 있더라도 미미해 문제의 재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별한 직업이나 재력이 없는 사람이 취득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그것을 뒤집기란 쉽지 않다.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과는 별도의 자금이 있었다는 점과 그 자금을 해당 재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재산 취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재력이 있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재산의 취득자금 중 출처불명 부분이 증여로 추정되지 않으므로 과세 관청이 증여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부동산 등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자금 출처에 대비해 미리 소명자료를 갖춰놓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조사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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