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가 제2화폐로-국내사용 허용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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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 돈을 우리 돈과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쓸수 있게 하기로 한 것은 이미 발표된 외환 집중제 폐지 방침의후속 조치다.
국제화.개방화 시대를 맞아 외국 돈을 마음대로 갖고 있을 수있도록 외환 보유를 자유화한 만큼 쓰는 것도 자유화해「외환 자유화」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 돈의 사용한도를 처음에는 건당 1만달러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 제한은「거래 건당 금액」이므로 거래를 나눠서 하면 별다른 제약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제한 금액자체도 점차 높여나갈 예정이어서 실제로 외국 돈 을 쓰는 데에는 불편이 없게 된다.
따라서 외국 돈은「제2의 화폐」가 되며 우리 돈과의 구별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어서 이같은 방침은「외환보유 자유화」조치를완결시키는 의미가 있다.
이같은 조치는 외국 돈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크게 바꾸는 것은 물론 대형 유통업소나 수입품 판매점.은행들의 영업행태나 일반인들의 소비행태에도 큰 변화가 닥치게 됐다.
또 기업 뿐만이 아니라 외화를 갖고 있는 일반 국민이나 업소들도 그만큼 국제환율 동향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으며,특히외화를 갖고 있거나 사용하는 것을「외화도피」로 무조건 몰아붙이던 이제까지의 인식은 크게 바뀌게 됐다.
예컨대 내년부터 외화로 직접 물건 값을 치르든가 하면 경우에따라 거래가 한결 편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환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은행들은 환전 수수료 수입이 적지 않게 줄어들게 된다.
다만 실제 상거래에 들어갔을 때 거래 환율은 그날 그날 고시되는 환율에 따르게 될 전망이지만 이를 계산해 정산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국내 상거래 관행상 백화점등 각종 상점들이 외화를우리 돈처럼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한편 지금까지는 이같은 외화를 이용한 거래 자체가 외환관리법위반 사항이었으나 이 법에 따라 단속.처벌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따라서 이번 조치는 어차피 관리가 어려운 만큼 그동안 불법이었던 외환 거래를 양성화하자는 뜻도 담겨있다 .
또 외환 거래가 자유화될 경우 시중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통화.환율 관리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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