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김대업 때도 알면서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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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가 16일 밤 귀국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수사관들에게 둘러싸인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세론'이냐, '이회창.정동영의 대반전'이냐.

2007년 대선판의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16일 귀국에 정치권은 긴장상태에 빠졌다.

1주일 정도 예상되는 검찰의 집중 수사와 결과 발표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운명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전선은 한층 선명해졌다.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태도는 담담했고 연설에선 분노가 묻어났다.

그는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 뒤 기자들에게 "뭐 그리 대단한 귀국이라고…. 범인 송환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짧게 말했다. 오후 2시 서울 잠실에서 열린 국민 성공 대장정 대회에 들어서면서는 '김경준 소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그는 연설에서 김경준씨 소환을 범여권에 의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역사적 진실은 어느 누구도 감히 흔들 수 없고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난관도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넘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발언 요지.

"만약 우리가 잘못되면 이 땅의 진실과 정의가 쓰러지는 것이다. 그들이 김대업을 만들 때 모르고 했겠나. 알면서 공작한 것이다. 저를 음해하려는 세력들도 자기네들끼리 웃으며 '사실 한나라당 얘기가 맞다. 오늘 (김경준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니 하는 데까지 해보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열심히 하라"며 박근혜계 인사인 이혜훈 의원의 운동화끈을 묶어주며 '화합'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이방호 사무총장이 중심이 된 이른바 '김경준 대책 사령부'를 가동했다.

◆"후보직 사퇴 문제 고민하라"=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압박했다. 긴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충청 방문 길에 기자들에게 "BBK 문제가 이렇게 대선에 큰 이슈가 된 이상 조속하게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BBK 수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낙마 가능성을 엿보고 출마했다는 정치권의 얘기를 의식하는 듯, "나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캠프는 '후보 사퇴'를 거론하는 등 공격적 자세를 보였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의로운 삶을 살지 않고 땅투기 의혹, 돈 투기 의혹과 탈세 등으로 얼룩진 후보를 우리 대통령으로 뽑아도 되는지 국민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명박 후보는 이 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후보 사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압박했다.

◆"기소되면 후보 자격 상실"=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폭포수처럼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낮은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강 구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절박함이다.

정 후보는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은 법 앞에 떳떳해야 하는 만큼 이명박 후보가 법질서를 파괴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미국 닉슨 대통령이 진실 은폐 때문에 사퇴했듯 대통령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 이명박 후보가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 장로님인 이명박 후보는 성경책에 손을 얹고 진실을 고백해야 하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자금 세탁과 주가 조작은 내란.외환죄에 버금갈 정도의 엄중한 범죄다."

신당 선대위의 정성호 진실규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명박 후보가 기소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럴 경우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 자격을 잃게 되고 대통령 후보로 등록되더라도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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