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된장녀와 혼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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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혼남’은 뭘까요? 인터넷 포털 다음의 한 커뮤니티에서 유래한 이 단어를 놓고 네티즌들이 댓글로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남성 네티즌이 “나는 남들에게 ‘멋지다’는 평가를 받는 키 186㎝의 훈남. 그러나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미니스커트 입으면 토할 것 같다. 입지 말라”는 글을 올리면서 댓글 전쟁은 시작됩니다. 이 글 바로 아래에는 “당신은 훈남이 아니라 혼남. 혼나야 되는 남자”라는 댓글이 달려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여성을 이유 없이 싸잡아 비난하고, 개념 없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남성들, 이제 ‘혼남’이라는 화살을 피해갈 수 없겠는데요. 네티즌 ‘riverside’는 “여성들을 모두 된장녀라고 몰아붙이던 남자들, 언젠가는 혼날 줄 알았다. 혼남이란 용어는 인터넷에 만연하는 남녀 차별에 대한 여성 네티즌들의 경고”라고 꼬집었습니다.

 연예인 중에서는 “여자와 회는 싱싱할수록 맛있다”고 했던 가수 윤종신과, 전에 사귀었던 요르단 공주를 동성애자라고 하는 등 여성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을 했던 가수 크라운 제이 등이 혼남으로 꼽힙니다.

 한때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된장녀’ 논란도 가세했습니다. ‘dmsens69’는 “된장녀가 뜨니까 속이 뜨끔한 페미니스트들이 맞불 작전으로 ‘된장남’ ‘고추장남’으로 남자 죽이기에 나섰지만 별 호응을 못 얻고 사라졌지. 이젠 별 희한한 말까지 만들어 내는구나”라고 했습니다. 이에 이진영씨는 “여자들이 만든 말이겠지만 ‘된장녀’ 때와 달리 열등감에 찌든 남자들의 악다구니에 이 신조어는 묻혀버리는구나”라고 촌평했습니다.

 된장녀와 혼남의 대결 양상 구도에서 이진희씨는 “된장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을 써서 남자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정도지만, 혼남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조롱해서 여성들 가슴에 응어리지게 하는 존재”라고 둘을 정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양준휘씨는 “타인을 꼴불견이라고 욕하고 맞받아치는 문화 자체가 꼬집혀야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라고 했고, 조윤주씨는 “된장녀와 혼남, 둘이 만나 끼리끼리 잘 먹고 잘 살면 되겠네~”라고 조롱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끝없는 성별 대결, 이제는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 어떨지요.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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