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뼈 재활치료 ‘한국 표준’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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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목이 아프거나 목 디스크에 걸려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는 목을 끌어 당기는 재활치료를 받는다. 목뼈(경추)를 당긴 뒤 한참 있다 놔두면 그런 증상이 상당 부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병원에서 목뼈를 당기는 힘이나 방향, 위치 등에 대한 기준을 들쭉날쭉 적용해 치료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세진 박사팀은 맞춤 목뼈 재활치료 표준을 최근 개발했다. 몸무게와 운동량, 성별 등에 맞춰 목뼈를 잡아 늘일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하는지 새로운 기준을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병원에서는 환자를 서 있는 상태나 앉은 상태, 눕힌 상태에서 체중의 10~20% 정도의 힘으로 목뼈를 당겨줬다. 이는 체중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치료가 이뤄져 왔다는 게 박 박사의 지적이다.

 ◆몸무게와 운동량도 고려해야=목 디스크 등으로 병원에 가면 몸무게의 약 10% 정도의 힘으로 목을 당긴다. 몸무게 50㎏의 환자라면 목을 당기는 데는 5㎏의 추를 달아매는 식이다.그 때 사용하는 기기를 ‘경추 견인기’라고 하며, 턱 부분과 목 부분을 감싸는 목 견인 벨트를 목에 걸어 끌어당기는 의료기다.

 박 박사는 성별, 연령별, 운동량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힘이 적당한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기존 병원에서 대충 사용하는 기준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박 박사는 “과도한 힘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목뼈를 잡아 당기면 정상인과는 달리 목뼈가 직선이 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효과도 낮다”고 지적했다. 정상인의 목뼈는 곡선을 이룬다.

 박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많이 하고 젊으면 기존 병원에서 적용했던 몸무게의 10%보다 더 센 힘으로, 그렇지 않으면 더 약한 힘을 적용해야 한다. 환자의 나이나 운동 정도 등을 고려하면 최대 기존 견인 강도의 10%까지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몸무게가 46.7㎏이며, 20대 초반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기존 병원 기준으로 할 때 목뼈를 당기는 데 들이는 힘은 몸무게의 10%인 약 4.7㎏이다. 그러나 박 박사팀은 여기에서 10%를 뺀 4.2㎏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목 근육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몸무게 70.1㎏이며, 주 3회 운동을 하는 50대 초반의 남성을 보자. 기존 병원 기준으로는 목뼈 견인 강도가 약 7㎏다. 박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여기에 10%를 더해줘 7.7㎏을 가해야 한다. 몸무게가 55㎏이며, 주 5회 이상 운동을 하는 60대 여성의 경우 기존 견인 강도는 5.5㎏이다. 박 박사의 기준으로는 5%를 빼 5.2㎏의 힘을 가해야 한다. 연령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목 당기는 방향도 중요=박 박사는 “병원에서 환자의 목뼈를 당길 때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않아 2차적인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목을 잡아 당기는 방향에 따라 목 앞뒤에 작용하는 힘이 달라져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회전의자에 환자를 앉혀 놓고 목을 당기기도 한다. 그러면 목을 당기는 방향이 수시로 달라져 치료효과가 나빠질 수 있다.

 박 박사는 배 근력과 목 근력 간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목이 심하게 아파 목 근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사람은 배 근력 측정치를 이용해 목을 잡아 당겨야 할 힘을 결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맞춤형으로 목 디스크 등 목뼈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임상을 통해 이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또 자체 개발한 경추 견인기를 특허 출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경추= 7개의 목뼈로 구성돼 있으며, 정상인은 완만한 C자형의 곡선이다. 교통사고 등으로 목이 젖혀졌다거나 꺾이면 목이 수직으로 되는 일자목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충격 흡수력이 떨어져 목 디스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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