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문제, 서구적 접근 탈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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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중국·일본·인도·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 11개국 여성학자들이 참여하는 ‘아시아여성학회’가 창립된다. 15~16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창립총회와 기념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출범하는 이 학회는 여성학이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적’ 학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 학회 창립의 일등 공신이자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중국 텐진사범대학 ‘젠더와 사회발전연구센터’의 두팡친(杜芳琴·65·사진) 소장이 14일 내한했다. 수더분한 외모로 마음씨좋은 중국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그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 여성학자들이 인정하는 ‘중국 여성학의 대모’다.

 “서구 여성운동은 지나치게 성(sexuality) 문제나 낙태권(權)에 관심이 모아졌어요. 하지만 국가적으로 한 아이 낳기 운동을 펼치는 중국에서는 낙태 문제는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죠.”

 두 소장이 예를 드는 동서양 여성학의 차이는 이렇다. 서구의 페미니즘은 남녀를 대립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파워에 관심이 많으며 정치 참여의 경우도 숫자로 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적’ 사고는 여성이 반드시 정치참여를 통해 파워를 갖는 것인지, 양보다는 얼마나 실제적인 파워인지를 따져본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 국가 여성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연구를 하면 훌륭한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최근 급증하는 동남아 여성들의 국제결혼은 우리 학회의 공동 연구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소장은 1997년부터 준비해 2005년 발간된 아시아 8개국 여성학교과서의 공동 집필을 주도하는 등 아시아의 연대에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왔다.

 중국 하북성의 산골 마을에서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난 그는 “자랄 때는 성차별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원 졸업 후 취업과정에서 “여성이어서 곤란하다”는 말을 듣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80년대 초반 중국에 유입된 여성학을 접하고 전공인 중국언어역사를 접고 여성학연구에 매달려왔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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