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이즈 장막' 빌 게이츠가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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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빌 게이츠가 끈질긴 설득 끝에 중국을 돕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을 위해 중국 정부와 15일 파트너 협약을 체결한다고 14일 보도했다.

재단이 1차로 5000만 달러를 내놓을 예정이며, 중국 정부도 지원금을 보태기로 했다. 재단은 중국 정부와 함께 베이징.상하이.광저우.하이난 등 12개 도시에서 에이즈 예방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 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마약 중독자, 성매매 여성, 동성애자 등에게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게 해 주고 검사도 해 줄 계획이다. WSJ은 "게이츠가 중국 정부의 관료주의와 에이즈 문제를 숨기려 하는 비밀주의를 넘기 위해 수년간 외교적으로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주로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일하는 게이츠 재단이 정부와, 그것도 공산 정권과 협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이츠의 결정은 지금 아니면 때를 놓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는 "중국에서 에이즈가 퍼지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매우 큰 재앙"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현재 약 60만 명으로 아직은 13억 인구에 비해 비교적 적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감염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마약 중독자들도 늘고 있어 지금 막지 못하면 230만 명이 감염된 인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실제로 특히 일부 성(省)의 마약 복용자 중 50%가량은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왜곡된 인식도 문제다. 2005년 윈난성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서 의사 중 30%는 에이즈에 걸린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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