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호주 '3각 동맹' 대응 … 러·중·인도 '3각 연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북극곰(러시아)과 팬더(중국), 코끼리(인도)의 3각 연대가 실현될 것인가'.

러시아가 중국에 이어 인도와의 유대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러-중-인도 '3각 동맹'이 현실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회담하고 군사.우주.통상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이타르-타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싱 총리는 1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실무 방문했다.

푸틴은 앞서 5일 러시아를 찾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도 군사.우주.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미국-일본-호주의 '남방 3각 동맹'에 맞설 '대륙 3각 동맹'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싱 총리와 크렘린에서 회담한 뒤 "오랜 역사를 가진 양국 협력이 지금도 훌륭하게 발전해 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싱 총리도 "러시아는 인도의 가장 큰 우방"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날 현재 3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수준인 양국 교역 규모를 2010년까지 100억 달러까지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올 6월까지 양국의 교역량은 약 20억 달러였다. 양국은 또 다목적 수송기 '일류신-214'도 함께 개발키로 했다. 이를 위해 소련 시절부터 인도가 러시아에 지고 있는 10억 달러의 채무를 수송기 개발 프로젝트로 돌리기로 합의했다.

군사.우주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2009년 초 시험비행을 목표로 러시아가 추진 중인 5세대 전투기 'PAK-FA (Su-50)' 개발에 인도가 참여키로 한 것이다. 인도는 이를 위해 15억 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PAK-FA는 첨단 설비와 고도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러시아의 차세대 전투기로 堅뮌?개발한 5세대 전투기 'F-22 랩터'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다. 양국은 2017년까지 무인 달 탐사선을 공동으로 제작, 발사하는 등 우주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에너지 협력도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인도에서 양국이 함께 에너지 개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물론 제3국에서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도 합작 진출키로 했다. 양국 협력은 문화분야로도 넓혀지고 있다. 2008년 인도에서 '러시아의 해'를, 2009년엔 러시아에서 '인도의 해'를 선포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는 중국-인도와의 3자 협력 혹은 중국-인도-브라질을 포함한 4자 협력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