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천안아산역 택시 영업권 다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3년에 걸친 '역명 분쟁'끝에 가장 긴 역이름을 갖게 된 경부고속철 '천안아산역(온양온천)'이 이번엔 택시영업권 다툼에 휩싸였다.

인접도시인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가 고속철역 주변에서의 천안택시 영업행위 허용을 둘러 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산측에선 "역이름과 달리 역은 분명히 '아산땅'에 있으니 천안택시는 영업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천안측은 "역 승객 중 천안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동영업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시사업구역은 시.군 행정구역별로 한정하고 있어 오는 4월 1일 고속철도가 개통되더라도 천안택시들은 역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등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4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천안법인택시협의회 허정호(53)회장은 "역 소재지는 아산이지만 천안 도심과 가깝고 역 이용객도 천안쪽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역 주변에선 두도시 택시가 공동 영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아산 택시업계와 아산시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아산법인택시협의회 정흥조(54)회장은 "아산땅 고속철역에서 천안택시가 영업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아산택시가 천안의 철도역.버스터미널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아산시 관계자도 "'남의 집에 들어와 무턱대고 함께 살자'는 억지"라며 "자신들 이익만 내세운 천안측 주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천안시 관계자는 "고속철이 개통되면 천안 택시들이 자연스레 역을 들락거릴테고 그에 따라 아산시의 '구역외 영업'적발이 잇따르면 천안 택시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며 걱정했다. 천안시는 역과 가까이 불당동쪽 '천안땅'에 1백평 규모로 택시기사 '쉼터'를 마련, 천안택시 승강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중재 요청을 받은 충남도는 두 도시 관계자를 불러 원만한 합의를 권유했으나 헛수고였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천안.아산시 전체를 통합관리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충북의 경우 청주시와 청원군이 청주공항 완공이후 6년간 택시영업구역 갈등을 빚어오다 2002년 9월부터 공항을 공동영업구역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역명은 두 도시가 서로의 도시 이름을 고집하는 바람에 건교부 역명선정자문위가 지난해 4월 표결로 '천안아산역'을 결정했으나 또 아산시가 반발, 괄호 병기(倂記)안을 통해 그해 11월 간신히 확정지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천안인구는 46만명, 아산 19만명이고 개인 및 법인 택시 대수는 천안이 1천7백대, 아산이 6백60대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