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아이 고민되면…살/빼/기 시켜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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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목욕탕을 찾은 최모(여·36)씨. 딸을 씻겨주던 최씨는 깜짝 놀랐다. 이제 8살인 아이의 가슴에 젖멍울이 잡히기 시작한 것. 또래에 비해 너무 빠르단 생각에 병원을 찾으니 충격은 더 커졌다. ‘성(性)조숙증’. 이대로라면 순식간에 초경으로 이어지고 키 성장도 일찍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일찍 크면 일찍 멈춘다?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졌다.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의미다. 이 경우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자라지만 성장판도 일찍 닫혀 성장을 멈춘다. 결국 평균 키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발표한 ‘2006년도 학생건강검사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은 초등 5∼6년, 여학생은 초등 3∼5년 즈음 가장 빨리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세대와 비교해 4∼5년 가량 앞당겨졌다. 초경이나 몽정 등 2차 성징도 당연히 빨라졌다. 이 경우 키 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여아는 초등 3년, 남아는 초등 5년 이전에 가슴이 나오고 고환이 커지는 등 사춘기 변화가 감지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여아는 가슴의 변화를 통해 발견이 쉬운 편이지만 남아의 경우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2차 성징 전 발견해야 효과
박기원 서정한의원 원장은 “적절한 성호르몬은 뼈 성장을 돕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되레 성장판을 닫히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은 물론 여성의 경우 생리통·생리불순을 겪거나 심하면 조기 폐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의 치료는 성호르몬 조절을 통해 사춘기를 또래와 맞추는 데 초점을 둔다. 일찌감치 실제 나이와 뼈 나이를 비교해 정상적인 성장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초경이나 변성기가 시작된 후엔 손을 써봐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한방에선 정확한 검진을 위해 성장판·골밀도·체지방 검사에 양방을 도입해 협진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에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식이요법·생활습관 조절해야
조숙증으로 판명되면 약물요법이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약물요법으로 의이인·인진·산약 등 10여종의 한약재를 배합해 탕약을 지어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량 먹어야 한다. 임상실험 결과 6개월∼1년 가량 성장판이 닫히는 것을 지연시켜 키 성장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조절도 중요하다.

박 원장은 “지방섭취 및 총 에너지 섭취량이 늘면서 2차 성징을 앞당기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가 증가됐다”며 “지방은 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만큼 비만은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비만의 90% 이상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는 게 박원장의 설명이다. 다이옥신·프탈레이트·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도 2차 성징을 앞당기는 주범이다. 인스턴트 식품·패스트푸드를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정환경 또한 영향을 미친다. 편부모 가정이나 소년소녀 가장이 또래에 비해 성장이 빠르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정상적인 가정환경이 아이들의 성장 또한 정상적으로 이끈다는 것. TV나 인터넷을 통한 자극과 흥분 또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조기성장을 부추긴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도움말= 서정한의원 / 02-515-8585 / www.seojung.com

TIP 이럴 때 미리 성장판 검사를
-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쩍 조숙해 보인다.
- 친척 중에 키가 일찍 크고 일찍 멈춘 사례가 있다.
- 치아가 나고 걷고 말하는 성장발육이 빨랐다.
-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고 지방이 많다.
-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 호기심이 많다.
 
조기성숙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 콜레스테롤·트랜스 지방을 멀리할 것.
- 폭력·선정적인 게임, 영화 등 정서적 자극을 피할 것.
- 멜라토닌과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먹을 것.
 (귀리·바나나·두부·호박씨·아몬드·땅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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