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 교육감 교육갈등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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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 준 전입금은 1조8천7백여억원. 전체 서울시교육예산의 45%나 된다.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땅을 사거나 자동차를 살 때 꼬박꼬박 교육세를 걷어놨다가 시교육청에 준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에 어느 정도나 발언권을 갖고 있을까. 서울시 한 관계자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한다. 서울시가 특수목적고를 세우겠다거나 자립형 사립고를 유치한다고 발언할 때마다 유인종(劉仁鍾)서울시교육감은 묵살했다.

돈을 내면서도 왜 발언권이 없는 것일까.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업무(교육감 관장)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시.도,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두고 있는 교육협력관 제도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겉도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육협력관 효과=도와 도교육청이 공동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려 할 때 교육협력관은 두 기관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에서 그랬다.

서울시 역시 최근 산하에 교육지원팀을 두고 여기에 교육협력관을 앉혀 시교육청과 교육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지역에 초.중.고교를 새로 짓거나 대학을 유치할 때 두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도가 아무리 특목고를 짓겠다고 해도 시.도교육감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게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다. 과거처럼 시.도지사가 교육에 관심이 없을 때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분리하는 현행 자치제도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나 경기도가 공교육의 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협력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불신하면 제 역할 못해=교육협력관 제도에 대해 일부 시.도교육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통합을 논의해본다는 입장이다.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단체들은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통합하면 부자 지방의 경우 교육여건도 좋아지는 등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초래된다"고 반대해왔다.

두 기관이 불신할 경우 교육협력관은 제 역할을 할 도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시.도지사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통합될 때까지 교육의 방관자로 남게 된다. 결과적으론 지역 주민의 욕구 충족과는 동떨어진 교육행정이 계속돼도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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