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억은 전두환씨 비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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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40)씨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관리하던 '괴(怪)자금' 1백67억원 가운데 73억여원이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재용씨가 1백37억5백만원을 노숙자인 金모씨 명의의 차명계좌로 관리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는 10일 "1백67억원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73억5천만원이 全전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7년 청와대 경호실 金모 재무관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이 돈을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金전재무관이 관리하던 이 계좌는 96년 전두환 비자금 수사 때 이미 全전대통령과 측근들도 실체를 인정한 바 있다"며 "당시 이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해 全전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2천2백5억원에만 포함됐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금명간 金전재무관을 불러 비자금 보관 경위와 규모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비자금을 은닉하고 자신의 재산 목록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조사하기 위해 全전대통령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全전대통령은 지난해 2월 검찰이 재산 명시 신청을 내자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1천원이라는 재산 목록을 법원에 낸 바 있다. 재용씨의 괴자금 1백67억원 중 나머지 90여억원 역시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재용씨에 대해 채권 1백67억원을 받은 뒤 증여세 74억3천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가법상 조세 포탈)로 구속 수감했다.

수사 관계자는 "재용씨는 외조부인 이규동(李圭東.2001년 사망)씨에게서 2000년 1백67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73억여원의 출처가 확인된 만큼 조세 포탈 혐의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1백67억원 가운데 ▶기업어음과 주식을 사는 데 53억원▶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33억원▶기업에 투자하는 데 21억원▶채권 구입에 34억원 등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재용씨는 또 수억원을 여자 탤런트 P씨의 어머니 계좌를 활용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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