肅군 후유증 保身主義 없애기-전군주요 지휘관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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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교탈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군(軍)도 스스로 놀란 모양이다.
30일 오후 이병태(李炳台)국방장관은 전군(全軍)주요지휘관회의를 긴급 소집했고 당사자인 육군도 김동진(金東鎭)참모총장 주재하에 긴급회의를 여는등 불난 집 같다.
장교탈영이 사상 초유의 사건인데다 그속엔 군의 생명줄이라 할수 있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지휘체계 문란과 군기해이등 또다른 문제점들이 축약돼 있어 군으로서도 뼈깎는 자기반성과 대책이없을 수 없을 것이다.
통상 1년에 두차례 개최되는「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및 육군 군단장급이상 회의가 이처럼 불시에 열린 것은 드문데다 그것도 두가지 회의가 한날 개최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이번 사태를 보는 군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등은 군전략.작전회의 때 또는 장관.총장등이 바뀌었을 경우 소집되는게 통례였다.이번처럼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해 열린 것은 유례가 없다.지존파사건.부녀자 택시납치 살해사건등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 에 질서를 제일로 쳐야 할 군에서조차 장교무장 탈영이라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져 군 지휘부로선 면목이 없게 됐다.
이날「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는 3군 참모총장을 비롯,전군 주요 장성들이 대거 모였으며 육군회의에도 이준(李俊).박세환(朴世煥).윤용남(尹龍男)등 3군사령관,장창규(張昶珪)특전.도일규(都日圭)수방사령관과 육군교육의 총책 오영우(吳 榮祐)교육사령관및 김정남(金正男)육사교장등이 참석했다.
난상 자유토론식으로 치러진 이날 회의에선 군기확립이라는 1차과제와 함께 문민정부 군개혁의 후유증이 남긴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 일소 대책도 깊숙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司正)과 숙군(肅軍)의 1차개혁에 이어 군부에 2차 개혁바람이 내부로부터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후 사조직처리등 정치군인시대의 유물 일소라는 개혁의 돌풍이 지나간 자리에 군에 남은 것은「복지부동(伏地不動)」「눈치보기」였을뿐 스스로 책임지는 군인정신이약해졌으며 이번 사건은 최근 군의 이런 구조적 위기상황의 종합판이라 할수 있다.
때문에 군은 이같은 병리현상을 타파하지 않고는 신정부 2차개혁에 동참할 수 없다고 판단,스스로 취약성을 인정.각인하고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회의에선 또 시대변천에 따른 신세대 군문화와 구시대 군문화 사이의 거리감 해소책도 거론됐다.
특히 이른바 X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이 군의 주축을 이루면서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 분위기로의 쇄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金육참총장은『열악한 군환경에 대한 신세대 군인들의 부적응,보직.진급시 육사.학군.3사등 장교출신별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구조적인 문제를 시인한뒤『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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