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회창 출마 정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12일 오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며 닷새간의 고독한 침묵을 깼다. 그는 기다리던 기자들과 6분간 일문일답을 마친 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뉴체어맨 승용차에 올랐다. [사진=조용철 기자]

12일 오전 11시15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자택의 철제 대문이 '덜컹' 하며 열렸다. 박 전 대표가 나섰다. 닷새 만의 침묵을 깨고 그가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표는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 없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본다"며 "나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은 전날 이명박 당 후보가 그에게 '국정 동반자'제안을 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형용사나 부사가 없는 단순한 표현이었으나 오랜 생각 끝에 나온 발언인 데다 평소 그의 절제된 어법에 비춰볼 때 상당히 강한 내용으로 정치권에선 받아들였다.

이로써 위기의 이명박 후보는 한숨 돌리게 됐다. 소식을 들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그분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자택 앞 회견에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가 이런저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출마한 것은 한나라당이 그간 여러 가지를 뒤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고 잘 대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으로 당 운영해 달라"=이 후보가 전날 '이명박+박근혜+강재섭' 정례 3자회동 추진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박 전 대표는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돼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은 원칙과 상식으로 당 운영을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라며 "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겨자색 재킷에 밤색 니트와 정장 바지 차림을 한 그는 기자들을 향해 웃으며 "아니, (상황이)변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날씨가 쌀쌀한데 왜 이리 고생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평소 외출 때면 차고에서부터 검정색 뉴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나왔지만 이날은 일부러 정문을 열고 나와 기자들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제(11일) 이명박 후보의 회견을 평가한다면.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당원들의 열망이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하다.

"원칙대로, 당헌.당규대로 원칙과 상식을 갖고 하면 된다. 이 후보도 회견에서 그런 취지로 말했지만, 후보도 애착과 의지를 갖고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치발전과 당 개혁이 이어지고 발전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회견에서 그런 애착과 의지를 못 느꼈나.

"그렇게 하겠다고 회견에서 말한 대로 앞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랄 뿐이다."

-이 후보가 '국정 동반자'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변한 게 없다. 전당대회 때 한 이야기나, 얼마 전 얘기했을 때나 변함이 없다."

-이 후보의 진정성에 대해 평가한다면.

"후보가 말한 대로 당을 잘 이끌어 주고, 그렇게 실천해 힘써주시는 데 달려 있다."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원이니까 선거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 경선에서 진 사람으로서 깨끗이 승복하고 조용히 있는 게 엄청 돕는 것 아닌가. 내가 공식석상에서 다니고 그러면 오히려 누가 된다."

-이 후보와의 회동 계획은.

"(웃으며)필요하면 만나면 된다. 뭘 새삼스레 물어보시나."

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