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동요 프로그램 살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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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내 최초의 창작동요인 '반달'(윤극영 작사.작곡)이 탄생한 지 80주년이다. '반달'이 나오자 윤석중.박태준.이원수 등 다른 작곡가들도 가세해 주옥 같은 동요로 일제 치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그만큼 올해는 우리 동요사에서 매우 뜻깊은 해다.

그러나 정작 방송에서는 시청률(청취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동요를 푸대접하고 있다. TV에서는 '열려라 동요세상'(KBS1.토 오후 1시10분), 라디오에서는 '오후의 음악선물'(EBS.월~토 오후 5시)이 유일한 동요 프로그램이다.

이런 와중에 EBS가 3월 개편에서 '오후의…'을 없애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요를 사랑하는 청취자들과 동요 관련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오후의…'은 20년 이상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폐지가 불러올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동요사랑회.파랑새창작동요회.한국동요음악회는 공동으로 프로그램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EBS 방송사 앞에서 항의시위(사진)를 벌였으며,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

우리동요사랑회의 이성복 회장은 "마지막 남은 라디오 동요 프로그램마저 없어진다면 동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BS 측은 "'오후의…'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요는 물론 클래식.건전가요 등도 함께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개편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프로그램 제목도 '음악선물'이란 말을 살리고, 방송시간도 오히려 20분 늘리겠단다. 새 진행자로는 가수 권진원씨를 영입할 계획이다.

EBS 이미숙 팀장은 "어린이들이 낮에 학원에 다니다보니 라디오를 들을 수 없어 청취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오후의…'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확대 개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회장은 "새 프로그램에서 동요도 함께 다루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동요 전문 프로그램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방송사조차 청취율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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