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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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찾는 관객층은 천차만별이었다. 청바지 차림의 대학생에서 지긋한 나이의 부부들까지 다양했다. 하나같이 영화의 감흥을 잊지 못한, 혹은 흘러간 학창 시절의 한 대목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이들에게 '징검다리'였다. 껑충껑충 발을 디딜 때마다 딥 퍼플과 송골매, 젊음의 행진과 검은색 교복 등이 등장했고 관객은 "맞아,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을 향해 달려갔다.

뮤지컬의 맛은 영화와 좀 달랐다. 터진 목으로 끌어올리는 배우들의 라이브송은 뮤지컬만의 매력이었다. 그것도 외국 노래가 아닌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누구 없소(한영애)''사랑의 트위스트(설운도)' 등 너무나 익숙한 가요라 피부에 꽂히는 맛이 절절했다. 특히 여주인공 김선영의 '위 윌 록 유(퀸)'와 마지막에 부른 '사랑밖에 난 몰라(심수봉)'는 객석을 들었다 놓을 만큼 압도적인 호응을 받았다.

아쉬운 대목은 드라마였다. 워낙 탄탄한 영화가 원작이라 부담이 컸다. 자전거를 타는 오프닝과 교실이 배경인 전반부의 템포는 매끄러웠다. 영화에 끌려가지도 않으면서 뮤지컬만의 개성을 십분 살려냈다. 문제는 노래와 노래 사이에 끼어드는 드라마였다. 중반부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강성우가 옷을 벗고 노래하는 처절한 술집 장면은 밋밋하게 꼬리를 내렸고 "그토록 찾던 꿈은 어디로 갔을까. 여기가 끝인가"란 강성우의 절규는 관객의 가슴을 때리지도, 울리지도 못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선 분명 된장내가 폴폴 난다. 토종 뮤지컬을 향한 제작진의 애정도 엿보인다.

그러나 '맘마미아'와 '캐츠' 등 외국산 초대형 뮤지컬이 올라간 시점이다. 시장은 경쟁이고, 관객은 냉정하다. "좀더 군더더기가 없었다면" "좀더 흡인력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은 창작 뮤지컬의 현주소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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