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유리한 후야오위, 너무 떨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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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5보 (81~105)]
白.胡耀宇 7단 黑.趙治勳 9단

후야오위가 극도로 조심하고 있어 판 위에선 큰 전쟁은 고사하고 가벼운 주먹다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전보 백△만 해도 85자리가 더 컸으나 후야오위는 그정도라면 하는 심정으로 슬그머니 실리를 내주고 있다.

조훈현9단이라면 이런 경우 영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는 유리할 때 오히려 강수를 구사한다. 불리하다고 떼를 쓰는 상대에게 매정한 강타를 던져 영영 일어설 수 없도록 후환을 끊어버린다. 유리할 때 목을 치라는 것이 바로 조훈현의 승부관이다.

사람마다 관(觀)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큰 승부가 될수록 조훈현 스타일이 약발을 받는다. 조훈현9단이 국내보다 세계무대에서 더 강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84까지 몹시 두터워졌으므로 후야오위는 86으로 툭 끊어본다. 물론 요절을 내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조치훈9단은 슬슬 게걸음으로 살아간다. 와중에 95의 실리를 챙겼는데 그러고 보니 좌하에선 흑집과 백집이 얼추 비슷해졌다.

102의 대악수가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다. 102는 지나가는 길의 선수였지만 너무 조심하다가 그만 쓸데없는 수를 두었다. 송곳처럼 정신을 모으고 있던 趙9단은 얼른 103의 호구로 받았는데(사실 이 응수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로써 장차 흑A로 젖히면 백은 바로 막지 못하고 B로 물러서야 한다.

현찰 2집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흑과 백의 차이는 또 다시 좁혀졌다. 우변은 훗날 '참고도' 백1로 끼워 끝내기 할 수 있는 곳으로 전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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