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척결 비밀보호 울고싶은 실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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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천 북구청 공무원들의 세금횡령등 최근 잇따른 공직자 비리사건을 계기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상의 비밀보호 조항을 완화하는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감사원.검찰등 지금까지 실명제때문에 여러가지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사정.수사기관들은 더욱 강한 어조로「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재무부도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전처럼 강하게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밀보호 조항에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실명제의 근간인「비밀보호」조항이유명무실해지고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고 도입된 실명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조금씩 원칙이 무너지다 보면 결국 뿌리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남궁훈(南宮훈)금융실명제실시단 부단장은『현 체제하에서 범죄수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전제,『법원의 영장없이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 로 금융기관에서의 모든 거래사실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긴급명령 자체에 손을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금융계의 우려는 좀더 실질적이다.
모 시중은행의 K상무는『강력한 비밀보장은 금융기관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왔는데 어떤 형태로든 간에비밀보장이 완화될 경우 금융거래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굳이「보완」이 불가피하다면 범위나 방법에 좀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실명제의 긴급명령에 손을 대기보다는 공직자윤리법의 관련조항이나 현재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부패방지법」에 금융자료 요구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명제 준비작업의 핵심 멤버였던 양수길(楊秀吉)교통개발연구원장은『비밀보장의 완화는 명백한 범죄사실이 드러난 사람의 금융거래 사실을 조사할수 있는데 국한해야지 그이상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宋尙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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