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D-37] 오늘 대구 VS 내일 대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2일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한다. 이에 뒤질세라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13일 이 지역을 찾는다. 두 사람의 TK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TK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접전 지역으로 바뀌었다. '역설과 변수의 11월'은 TK에서 연출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TK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래 영남 민심의 발원지였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몰표를 던졌고, 1997년.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최대 지지 기반이었다.

요즘 TK는 '이회창 강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앞선다. 이명박 후보로선 TK를 놓치면 지지율 추가 하락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TK 민심을 가르는 최대 변수는 박 전 대표의 의중, 박심(朴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후보의 대구행엔 이런 고민과 전략이 담겨 있다. 그래서 모두 박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찾는다.

이명박 후보는 12일 경북 구미실내체육관에서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필승결의대회)를 연다. 당초 대구 대회는 1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책을 마련하느라 하루 순연됐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동반자'로서 천명한 기자회견을 한 바로 다음 날,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구미를 찾는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민심까지 모두 포용함으로써 다시 이명박 후보가 이 지역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구미 행사를 마친 뒤에는 대구에서 '젊음의 거리'로 꼽히는 동성로도 찾아 TK 민심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회창 후보는 13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다. 이어 대구 비산동 무료급식소에서 배식을 하고, 대구 월남참전회 초청 강연회를 한다. 대구 민심의 발상지인 서문시장과 대구상공회의소를 찾는다. TK의 주류 보수층을 의식한 행보다. 서문시장은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눈물을 흘렸던 곳이다. 이 후보 자신도 "두 번에 걸쳐 나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고 끝없이 지켜 준 고마운 곳"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회창 향수'가 강한 곳을 찾아 지지층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속셈이다.

이회창 후보 측 이흥주 홍보팀장은 "대구는 이회창 후보의 제2의 정치 고향"이라며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이곳의 기를 받아 정치적 입지를 정리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