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얼음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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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얼음호수’- 손세실리아(1963~ )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 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마치 염해버린 듯 일절 흔들림이 없으면 좋겠다. 가는 미세바람에도 덜컥 마음이 주저앉고 마음바닥이 온통 어지러운 물살로 뒤집히는 감정의 혼란을 이젠 멈출 때가 되었다. 인내라는 깃발을 흔들며 아침을 맞아도 저녁 허물어진 자신을 괴롭게 만나는 것이거늘. 저렇게 완벽하게 자신을 봉해버리는 얼음호수, 그래 네가 부처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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