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가택연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가비상사태 해제 등을 요구하며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치집회를 준비해 온 베나지르 부토(사진) 전 파키스탄 총리가 가택연금됐다. 더뉴스를 비롯한 파키스탄 언론은 9일 경찰이 이날 오전 이슬라마바드 외곽 자택에 머물고 있는 부토를 가택연금했다고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체포영장을 가진 치안판사가 부토 전 총리 집으로 들어갔으며, 20명의 경찰이 그의 집을 둘러싸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 인민당(PPP) 소속 상원의원인 안와르 바이그는 "이것은 분명한 불법 감금이며, 부토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파키스탄의 혼란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약화될까 우려된다"며 "파키스탄 정부는 부토 전 총리에 대한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그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토와 PPP는 이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 비상사태 해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민주화 집회를 한 뒤 무샤라프 대통령 공관까지 가두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라왈핀디에 60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부토 지지자 수천 명을 체포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고 AP를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8일 지난주 비상사태 선언으로 불투명했던 총선을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늦은 내년 2월 중순에 치르기로 했다. 이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고 군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라'고 권유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하지만 부토 전 총리는 "총선 실시 발표로는 불충분하며, 무샤라프는 일주일 내에 군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