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이혼과 打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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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동물의 세계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새들의 결혼생활이다.조류(鳥類)는 10마리 가운데 9마리 정도가 철저하게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를 준수하고 있다.새들에 무슨 윤리니 정조관념이 있는건 아닐 것이다.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고 새끼를 기르는데 가장 이상적인 생활이 일부일처제다.새들의 결혼생활은 애정과 관계없이 이기적인 거래에 의해 성립되고 있으며 그것은 암수 두마리의 타산이 꼭 들어맞는 균형점(均衡點)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
우리가 흔히 금실좋은 부부를 비교해서 일컫는 원앙새들도 기실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그런데 이 새들이 철저한 일부일처제하에서도 외도를 하고 사실상의 이혼상태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그이유가 무엇인지 조류학자들의 수수께끼로 남아있 다.
우리나라 젊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이 별스러워졌다고들 한다.
쉽게 만나서 짧은 기간에 굿바이 하는 「냄비사랑」을 두고 하는말이다.72년에는 21쌍당 이혼이 1쌍 꼴이었으나 20년후인 재작년에는 결혼식을 올린 7쌍당 1쌍꼴로 이혼신 고서에 도장을찍었다.지금은 6대1의 비율로 이혼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과감하게 결혼해체를 선언하는 시기가 혼인 5년이내로까지 짧아지고 있는 것은 「영악한 젊은이들」의 타산이아주 빗나간 탓일까.
사랑의 꿈은 너무 빨리 깨져버리고 결혼생활의 갈등은 싫증으로증폭된다.핵가족하에서는 이를 중재해줄 시부모도 존재하지 않는다.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의 이점(利點)이 줄어드는 한계효용체감의법칙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우리의 결혼후 동거 기간(평균 8.
4년)이 美.日.유럽등 선진국의 경우(9~13년)보다 훨씬 짧아진 것은 「시험과정」이 생략된 때문이다.상대방의 성격이나 인생관.생활력등을 파악하는 관찰기간이 없다.
주요 기업체 인사팀이 30대 이혼자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있다.성격 결함등이 없는한 그들이 이혼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고려에서다.그러나 지나치게타산적인 근로자들을 총화(總和)로 끌어들이는게 힘겨운 일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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