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국회의원 성적표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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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中央日報가 창간 기념(9월22일자)으로 작성한 국회의원의 성적표는 처음부터 긴장된 작업속에서 일궈낸 것이었다.이 작업은 객관성 있고 설득력 있는 평가 잣대를 찾는 일로 출발했다.이제까지 이런 형태의 종합적 계량화(計量化)작업이 없 었기 때문에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올 두차례 임시국회(2,4월)상임위 활동의 속기록을 해부하기로 작심했다.의정활동의 핵심공간인상임위활동을 계량화하지 않고서는 성적표를 제대로 낼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속기록을 뜯어보는 것은 양(전체 1만5천여 쪽)이 엄청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래서 처음에 출석률과 발언 횟수만을따졌다.출석이 나쁘면 발언도 저조했다.박규식(朴珪植.신민.부천소사)의원(발언 두번)과 조윤형(趙尹衡.민주.전 국구)의원(발언 없음)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러나 출석표로는 성실성을 따지는데 문제가 있음이 쉽게 드러났다.법사위의 정장현(丁璋鉉.민자.전국구)의원은 회의에 열심히참석했으나 발언은 없었다.
발언횟수를 세어보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야당의원들의 경쟁적인 중복발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고민이었다.그래서 단순 중복성과 의사진행발언은 통계에 넣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계량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 제기나 대안을 내놓았는지를 점검하는 2차작업을 했다.
민자당 중진의원들의 입을 꽉 다문「과묵」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농림수산위의 경우 민자당 3역출신인 4선의 김종호(金宗鎬.괴산).정순덕(鄭順德.충무-통영-고성)의원은 말 한마디 없었다. 국방위에서도 민자당은 부진해 5선의 정석모(鄭石謨.전국구)의원은 단한번만 발언했다.교체위에서 정호용(鄭鎬溶.대구서甲)의원은 침묵했다.
민자당 당직자들도 비슷했다.백남치(白南治.서울노원甲)정조실장,강삼재(姜三載.마산회원)기조실장,김길홍(金吉弘.안동시)대표비서실장은 당내.당정활동에는 적극적이나 국회활동은 저조했다.
○…법안을 낸 실적을 들여다보니 입법부의 명성을 지킬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았다.법안은 20명 연기명으로 내야하므로 이름만 빌려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처리 기준으로 볼때)2백99명중 1백73명은 이런 경우에 속했다.
수정.폐기.대안통과등 법안의 처리과정을 추적해보니 법안 자체에 공들인 노력등 질적 수준에 차이가 났다.가령 재무위소속 민주당의원들은 예산관련 법안에서 세율만 고치는 개정안으로 실적을올렸다.그래서 점수를 깎았다.
의원들은 국회정책자료를 이용하는 실적이 저조해 2백99명중 81명만이 요청했다.아직 공부하는 분위기가 덜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작업의 고민은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계량화하는가였다.의정활동은 초.재선이 중심인 우리 정치 현실을 고려해서였다.그래서 중요 정치 이슈를 제기한 실적.능력을 찾아보았다.그 결과 이만섭(李萬燮.민자.전국구)前국회의장이 국회의 위상강 화 문제로,정대철(鄭大哲.민주.서울중)고문이 상무대비리 폭로로 점수를 얻었다. 이 결과는 당내활동 때문에 의정활동에는 등한히 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 통하기 힘듦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두달간의 작업중 답답한 것은 국회사무처의 일부 비협조적 자세였다.
가령 국회 참관을 누가 많이 시켰느냐의 단순한 기록에 대해서도『이런 것이 나가면 실적이 별로 없는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하는 일부 국회직원의 모습은 낙후된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金基奉.李相逸.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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