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민원 잡음이 조용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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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장면 1. 2005년 7월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수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사장에 ‘실시간 소음 전광판’이 생겼다. 주민들은 공사장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주민 15명이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공사 때문에 소음 피해를 봤다”며 2005년 7월 서울시청에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장으로부터 폭 6m 도로를 사이에 둔 주택가에 살고 있었다. 시공사인 경남기업이 자신들에게 37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경남기업 측은 “준공 시점까지 소음 기준을 지켰다”며 맞섰다. 한참 맞선 끝에 시공사가 1100만원을 배상했지만 주민과 시공사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다.  

#장면 2. 2007년 11월 2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의 ‘신수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사장. 경남기업이 2009년 완공을 목표로 10층에서 25층 높이의 건물 5동을 짓고 있다. 공사장 밖 울타리를 따라 걷다 보니 공사장 동편 철제 울타리 바깥쪽에 대형 전광판이 붙어 있다. 지난달 26일 설치된 것이다. 길이 2m, 높이 0.75m인 전광판에는 “현재 소음도 45데시벨(dB), 101동 15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내일은 104동 12층 슬래브 작업”이라는 문자가 흐른다. 소음도 수치는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울타리 안쪽의 소음 측정기가 수집한 소음 수치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공사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황재연(42)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전광판을 보고 소음 수치가 얼마인지를 확인하게 된다”면서도 “전광판이 생기고 나서 소음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반겼다.  

소음 피해가 환경분쟁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가 소음 분쟁을 막기 위한 ‘실험’을 해 눈길을 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축 공사장에 ‘실시간 소음 안내 전광판’을 달도록 한 것이다.

마포구는 앞으로 성과를 봐서 연면적 1만㎡ 또는 100가구 이상인 공사장은 의무적으로 소음 전광판을 달아 외부에 소음 수치를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음 분쟁을 줄이자”=마포구가 ‘소음 실험’에 나서게 된 것은 기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사장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장에 나가 소음을 측정한다.

측정치가 기준을 초과하면 방음시설을 강화하거나 최악에는 공사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처분을 내린다.

그런데 구청에서 나가 측정해보면 이미 시끄러운 순간이 지난 뒤라 측정치가 법정 기준을 초과할 때가 많지 않다. 마포구청은 올 들어 125건의 소음 측정을 했으나 기준치를 초과한 적은 한 건뿐이었다. 지난해에도 320건을 측정해 6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이러니 주민들은 “아까는 매우 시끄러웠다”며 측정 결과에 수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포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음 전광판을 설치했다. 주민들이 직접 소음 정도를 보고 기준치를 넘으면 촬영을 해 신고할 수 있다. 최영식(42) 공사과장은 “평소에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실시간 소음도를 공개한 뒤로는 더욱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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