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쳐야 알지 깨치기 전에는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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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인 성철(性徹·1912~93) 스님의 법문집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도서출판 장경각·1만8000원·사진)가 출간됐다.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취임한 67년 이후에 하안거와 동안거의 결제일과 해제일 등에 법당에 올라 설법했던 상당(上堂) 법문을 엮은 것이다. 이 법문집은 82년 『본지풍광(本地風光)』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당시 성철 스님이 “부처님께 밥값을 했다”고 자평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책이다.

그러나 정통 선가의 화두와 게송을 다루고 있어 내용이 간단치는 않다. 스승의 법문 녹음을 정리해 이번 책에 풀어서 넣은 성철 스님의 상좌 원택 스님은 책의 후기에서 “성철 스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깨쳐야 알지 깨치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씀을 지루할 만큼 되풀이한다”며 “이는 책을 읽는 순간순간마다 자기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알음알이의 싹을 싹둑싹둑 잘라내는 큰스님의 반야검(般若劍)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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