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박근혜와 서로 뜻 통하는 날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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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다 회견장 밖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2002년에 이어 세 번째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 이번엔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다. 이회창 후보는 7일 오후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이 후보는 "도중에 적당히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대선에) 나온 건 아니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 후보는 이날 세 가지 표정을 보여 줬다. 출마 선언문을 읽을 때는 담담했다. 문답 과정에선 바리톤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자회견장을 떠날 땐 밝은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5년 만에 대선 무대에 복귀한 걸 실감하는 듯했다. 그는 "언제 출마를 결심했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날짜? 그건 나도 모르는데…"라며 웃기도 했다.

오후 2시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이 임박해 오자 그의 사무실이 있는 단암빌딩 일대가 소란해졌다. 출마 지지와 반대 시위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열렸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불복이란 지적이 있지만 정권 교체란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출마가 원칙과 소신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경선 불복 아니냐는 지적을 알고 있다. 사실 (출마를 결심하는)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길 내심 바랐다. 그러나 (출마가) 경선 불복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건 아니다. 확고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세워 가는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

-보수 후보 단일화가 가능한가.

"보수가 분열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왜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지 확신을 드리고자 하는 거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물어뜯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선의의 경쟁 관계로 가려고 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은.

"제 욕심이야 박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면 큰힘이 된다.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향과 신념에 있어서 박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엔가 서로가 뜻을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는다."

-대선 완주하나.

"중간에 전장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장수는 없다. 도중에 적당히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건 아니다."

-대선 자금에 대한 입장은.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미 조사됐고 알 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6시쯤 서빙고동 자택에 귀가하면서 출마 선언과 관련, "보통 고뇌를 한 게 아니다"며 "입 안이 다 헐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장점이 많은, 좋은 분이다. 앞으로도 서로 좋게 잘 지낼 것"이라며 "기회가 되면 (이명박 후보와) 만나야지"라고 말했다.

정강현.이종찬 기자

◆출마 선언문 요지="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죄드린다. 지난 10년간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의 근간이 흔들렸다.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정권 교체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다. 이것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다. 만일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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