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여성호르몬 장기복용이 걱정돼요? "콩음식을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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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장기 복용하면 유방암.자궁암이 발생한다는데 그 대안은 무엇인가요?" 지난 5일 중앙일보와 가천의대 통합의학센터가 공동 주최한 '갱년기 여성을 위한 자연요법'시민건강강좌에는 2백여명의 여성이 참석, 열띤 질문 공세를 벌여 이 분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진용 노원을지병원장은 "폐경 여성의 호르몬 복용은 '저용량.단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장기 사용할 경우 매년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개인의 증상에 따라 실익을 따져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여성들의 관심은 여성호르몬을 대신할 수 있는 자연요법에 모아졌다.

◇부작용 적은 것이 장점=한국을 포함한 동양 여성들은 서양 여성보다 갱년기 증상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한다. 이를 식물성 에스트로겐 섭취량의 차이로 풀이하는 학자들이 많다.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은 한마디로 사람의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는 식물을 뜻한다. 화학적인 구조가 에스트로겐과 비슷하지만 부작용.위험성은 훨씬 적다. 대표적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아이소플라본.쿠메스탄.리그난 등 세 종류다. 이 중 가장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이소플라본이다. 콩에 많이 들어있어 콩 요리를 많이 먹는 동양 여성이 유리하다.

서양인들은 아이소플라본보다 리그난(씨앗류.전곡.딸기류.과일.채소.견과류에 풍부함)을 4배 이상 섭취한다. 쿠메스탄은 브로콜리.식물의 배아 등에 든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다.

이 밖에도 승마(블랙 코호시).붉은 클로버.당귀 등 생약과 설파.세피아 등을 쓰는 동종(同種)요법이 추천된다.

가천의대 길병원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안면 홍조.가슴 두근거림.발한(發汗).질 건조감 등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을 경감시킨다"며 "동물실험에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유방암 발생률 4 ~ 7배 낮춘다=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몸속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 암.노화를 막는 항산화(抗酸化) 물질로도 작용한다. 특히 아이소플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틴은 암 조직의 확산에 필요한 혈관의 생성을 막는다. 또 같은 계열의 다이드제인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아준다.

아이소플라본을 많이 섭취하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유방암.자궁내막암.난소암.전립선암 등 호르몬과 연관된 암의 발생 위험이 훨씬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위험 요인이라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예방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레지나 지글러 박사는 미국임상영양학회지 최근호 사설에서 "미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아시아 여성보다 4~7배 높다"며 "이는 미국인의 아이소플라본 섭취량이 아시아인(하루 20~80㎎)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불임센터 강정배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유방.자궁내막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아 호르몬제 대신 쓸 수 있는 갱년기 치료제로 유망하다"며 "이 같은 장점들을 보다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 투여 적정량과 장기 효과에 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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