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골프규칙>뱀 옆에 떨어진 공 벌타없이 드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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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골프가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다 보니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벌어지기도 한다.숲속으로 날아간 볼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의바로 옆에 떨어지는 경우가 바로 그것.
골프규칙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단지 「경기에 관한 쟁점이 규칙에 없는 사항은 형평의 이념에 따라 제정해야 한다」(규칙 1조 4항)고만 돼 있다.따라서 이 규정을 원용한 판례에 따라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이같은 경우 벌타없이 드롭할 수 있다.드롭의 거리에는 제한이 없으며 볼이 떨어진 위치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의 안전한 지점에 드롭하면 된다.볼이 벌집.새둥지등에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미국 뉴올리언스오픈골프대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었다.웨이드 케이글이라는 경기위원이 마지막코스점검을 하던중 그린 근처에 이르러 혼비백산하고 말았다.커다란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것.
케이글은 뱀이라면 질색이었지만 그래도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기위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이 발동했다.멀찌감치 떨어져 『에이에이』 소리를 질렀으나 뱀은 깊은 잠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가지 묘안이 스쳤다.케이글은 가지고 있던 흰색 스프레이를 들고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뱀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다가가 뱀 주위에 흰선을 긋고는 클럽하우스로 줄행랑쳤다.플레이가 금지된 수리지라는 표시였다.
그런데 그 뱀은 죽은 뱀이었다.다음날 새벽 잔디를 깎는 그린키퍼는 자신이 전날 때려죽인 뱀 주위에 흰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고고개를 갸우뚱하며 뱀을 숲속으로 집어던져버렸다.
겁많은 한 경기위원이 플레이어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제해준 공로자(?)가 된 셈이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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